매일 경제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본격 시행하자 은행권의 주담대 신청액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규제 발표 직후 첫 주(6월 30일~7월 3일) 서울 지역 은행권의 일평균 주담대 신청액은 3500억원대로 집계됐다. 이는 규제 발표 직전 주(6월 23~27일) 일평균 신청액(7400억원대)과 비교해 52.7% 줄어든 수치다. 특히 규제 발표가 예고 없이 이뤄진 지난달 27일에는 하루 신청액이 1조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습적인 대출 규제가 즉각적인 거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급증세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대출 규제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신청액과 승인액 추이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주담대 실행액은 주택 매매와 1~3개월의 시차가 발생하지만, 대출 신청액은 매매 계약 시점과 시차가 크지 않아 시장의 심리와 동향을 빠르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구(마용성) 지역의 주담대 신청액이 뚜렷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아파트 매수 심리도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다섯째 주(6월 30일 기준)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8.8로 전주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5월 첫째 주(100.8) 이후 7주 연속 상승하던 지수가 하락 전환한 것이다.

또한 금융당국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줄이자 은행들이 소극적으로 주담대 취급하면서 신청액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금융당국의 목표치 축소로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은 기존 목표 대비 10조원 이상 줄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모두 승인하면 목표치를 맞추기 어렵다”며 “물량 자체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매달 공표되는 대출 실행액 기준으로는 7월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두 달 전 매매계약을 마치고 미리 주담대를 신청한 물량이 상당해, 대출 증가세가 단기간에 급격히 꺾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편, 주담대 규제 강화로 개인사업자대출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법인 대출이 투기 경로로 이용되는지를 더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며 “대출 재원이 보다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