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기조는 공통…재초환 폐지, 공급 주체 등 각론에선 차이1주택 세제 완화 공감, 다주택자는 온도차…전문가 "거래 살리고 예측가능한 정책 필요"
서미숙
입력 : 2025.05.01 10:08:15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약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주택 시장 양극화, 공급 부족 우려 속에 차기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에 따라 향후 5년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초기 부동산 공약을 보면 공급 확대 정책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세부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3년 만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만큼 직전 정부와 정반대의 급격한 정책 변화보다는 시장이 처한 문제점을 고려해 수정 보완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자료사진]
◇ 큰 틀에서 '공급 확대' 한목소리…다주택자 세제 등 각론에선 온도차 내달 3일 열리는 21대 대선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치러지는 가운데, 아직 양당의 종합적인 대선 공약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먼저 대선 경쟁에 합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약을 발표 중이고, 국민의힘도 후보 경선 과정에서 개략적인 공약을 공개하면서 큰 틀의 방향은 가늠해볼 수 있다.
일단 후보들이 지금까지 밝힌 공약의 공통점은 공급 확대다.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 말부터 시작된 공급 확대 정책이 윤석열 정부를 거쳐 차기 정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세부 각론으로 들어가 공급 확대 주체나 방법론은 정당마다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5일 '미래형 스마트도시 구축'을 주제로 1기 신도시의 노후 인프라를 전면 재정비하고, 수원·용인·안산·인천(연수, 구월)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1기 신도시를 넘어 노후 구도심 개발 사업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추진되는 3기 신도시 후속으로 4기 스마트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서울의 노후 도심은 재개발·재건축 진입장벽을 낮추고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치솟는 공사비로 인해 높아진 재건축 분담금을 낮추기 정비사업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개선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 부담금) 폐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재초환 폐지는 현재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고, 이재명 후보 역시 평소 불로소득 환수를 강조해왔다.
재초환 폐지 법안은 앞서 지난해 6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발의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아직 한 번도 상임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경선이 진행 중이고, 범보수 단일화 변수도 있으나 큰 틀에서 현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가 이번 대선 공약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달 22일 청년 부동산 공약으로 대학가 반값 월세존, 1인형 아파트·오피스텔 공급 확대, 생활 분리 세대 공존형 주택 보급 등 '청년 맞춤형' 정책을 공개했다.
대학가 인근 원룸촌의 용적률·건폐율을 완화해 민간 원룸 주택이 반값에 공급되도록 하고, 공공주택의 10% 이상을 1인 가구 맞춤형으로 건설해 특별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을 세제상 중과 대상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부모 세대가 기존주택을 처분·임대하면 자식 세대와 함께 특별가점을 부여하는 '결합청약제도' 신설 계획도 밝혔다.
한동훈 경선 후보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용적률·건폐율 완화를 통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 신도시 재건축 사업 지원을 위해 공공기여분을 낮추고, 그린벨트 해제지역은 청년과 신혼부부 주택 일반물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공급 확대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공급 주체에 대해선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과거 민주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 확대를 추진했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 주도를 신탁회사 등 민간 주도로 전환한 상태다.
다주택자 중과 세제 폐지, 지방 미분양주택 세제 지원과 관련해선 양당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읽힌다.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와 종부세 중과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제도 개선을 추진했으나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 막혀 법 개정은 하지 못한 채 중과 유예 등 임시방편으로 세 부담을 완화해줬다.
국민의힘 대선 공약에는 전통적 지지층을 겨냥해 다주택자 세제 완화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도 일단 1주택자 중심의 세제 완화 공약이 나올 전망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와 캠프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총선 이후부터 '한강벨트' 사수를 위해 상속세 완화와 함께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 또는 폐지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서도 "1가구 1주택 실거주는 제약할 필요가 없다"며 1주택자 세 부담을 완화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비해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열심히 내면 된다"고 밝혀 세제 완화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법안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내놓은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 공약에 대해서는 "수용성이 떨어지고, 표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혀 이번 대선 공약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평소 불로소득 환수와 분배를 강조하는 이재명 후보가 앞으로 강남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어떤 정책을 선택할 것인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아직 양당의 공약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의 운명도 관심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에서는 지난 3월 '20대 민생 의제'에 주택 임차인이 2년마다 전세를 갱신 계약해 최장 10년까지 살 수 있게 하겠다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포함돼 논란이 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닷새 만에 "당 공식 입장이 아닐뿐더러,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라고 밝히며 진화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임대차 2법에 대해 폐지 수준의 합리적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매물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문가들 "양극화 해소, 거래 정상화 시급…다주택자·재초환 등 규제 풀어야" 그렇다면 부동산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부동산 과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거래 시장 정상화를 주문했다.
수도권 쏠림을 막고 지방의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 주택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는 "과도한 다주택자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일반화되며 서울 집중도를 높이고 지방과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했다"며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 매매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는 안정적인 연립·다세대 투자 수요 이탈로 이어져 전세사기 문제 등을 야기하는 등 여러 사회적 불합리를 가져왔다"며 "다주택 규제를 완화해야 비정상적 시장 왜곡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진미윤 교수는 "임대차 시장 안정은 단기간 내 공급 정책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다주택자 중과라는 무거운 쇠사슬을 걷어내고 거래를 늘려야 (임대 물건이 나옴으로써) 임대차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고 침체한 연관 산업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성대 이용만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 완화는 양날의 검"이라며 "다주택자 규제를 풀면 민간 임대 물량이 증가해 임대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주택시장 상승기에는 매매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완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방 주택시장 안정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은 지금보다 과감하게 전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진유 경기도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및 지방광역시 주택 소유자가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에 주택을 사거나 신축할 때 가격과 면적 제한 없이 주택 수에서 제외해 다주택 중과 규제를 피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서울은 진입 장벽을 높이더라도 지방은 문턱을 낮추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급은 확대하되, 지금의 공급 목표는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이창무 교수는 "공급 확대는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270만+α(알파)' 공약은 현실적으로 달성이 쉽지 않고, 달라진 인구구조와 비교해도 과한 측면이 있다"며 "가구 분화 및 인구 축소기 수요변화 등을 고려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내건 4기 신도시에 대해서는 "3기 신도시도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4기 신도시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서울의 주택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추가 신도시보다는 현재 공공택지의 미매각 토지의 용도를 현실화하고, 도심 가까운 지역은 용적률을 높여 주택 공급물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성대 이용만 교수는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신도시 개발로 도시를 팽창시키는 정책보다는 도심 개발을 지원하는 등 보다 컴팩트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미실현 이익에 과세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고, 공사비 급등과 사업성 저하로 늘어난 재건축 분담금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책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대 김진유 교수는 "예를 들어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으로 연장하거나 없던 세금을 만들어 과세하는 것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다시 높여 종부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정책은 시장에 과도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시장상황과 국가 경제가 어려울수록 예측가능한 정책을 펼쳐 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