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결제수단 떠오른 코인 유럽선 소매점 소액결제 '대세' 法 도입후 생태계 빠르게 구축 카펠라·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 스테이블코인 결제서비스 개시 탈중앙화금융 도입확대도 한몫 활성지갑수 1년만에 50% 급증 시가총액도 2314억달러로 '쑥' 韓선 여전히 투자 목적에 그쳐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실생활에 다양하게 스며들고 있다. 해외에선 빵을 사고, 전자제품을 구입하고, 그랩(동남아시아 1위 택시 플랫폼) 택시를 타고, 호텔을 예약하는 데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에 깊이 파고들며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 가고 있다.
특히 유럽은 작년 도입한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 관리 기준을 마련하며 유로 기반 결제 생태계 구축에 나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식음료 구매 같은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소비에 스테이블코인 결제 방식이 보편화돼 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상화폐 결제 플랫폼 우빗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 가상화폐 결제의 70%가 소매, 음식·음료 구매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빗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의 평균 결제금액은 8.36달러, 평균 입금액은 85달러로 집계돼 소액 결제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베이커리 체인 브로트마이스터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한 후 온라인 주문이 20% 증가하는 등 일상 결제 영역에서의 활용이 가시화하고 있다.
베이커리 측은 "젊은 고객층 유입이 두드러졌으며, 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프랑스 전역에 20여 개 체인을 둔 프랭탕백화점도 지난해 11월 가상화폐 결제를 도입했다.
여행 분야에서도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숙박, 여행, 항공 등 관광 분야에서도 우빗 앱의 26%가 사용된다. 카펠라호텔그룹은 카펠라 싱가포르와 파티나 몰디브에서 작년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늘어나는 이유는 자명하다. 편리함과 경제성에 눈을 뜬 사용자가 늘고 있어서다. 카펠라호텔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5억6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디지털 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며 "DPT(디지털 결제 토큰) 도입은 새로운 여행자층을 끌어들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는 소니 전자제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결제해 살 수 있다. 소니 싱가포르법인은 올해 4월 크립토닷컴과 협력해 USDC와 USDT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메트로백화점도 4개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면서 실제 거래량도 증가세로 나타났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아르테미스와 듄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활성 지갑 수가 1년 만에 50% 이상 증가했다. 보고서는 2024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활성 주소가 1960만개에서 3000만개로 53%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314억달러 규모다.
보고서는 기관투자자들의 채택 증가 외에도 결제와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용량이 늘어난 것을 스테이블코인 활성 주소가 증가한 이유로 꼽았다.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채택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언스트앤영(EY), 코인베이스가 올해 전 세계 3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디파이를 활용하는 기업은 현재 24%에서 향후 2년 내 75%로 3배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결제 수단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해외 상황과 달리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로의 이체와 달러 자산 보유 목적에 한정돼 있다.
해시드오픈리서치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투자자 중 전체 응답자의 60.7%는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등에서 투자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뒤는 △달러 자산 확보(37.7%) △차익을 노린 재정 거래(29.7%) △예치 이자 수익(24.3%) △비즈니스 목적 송금(15.3%) △개인 간 송금(13.7%) 등의 보유 목적이 이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영향력 확대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패트릭 윤 크립토닷컴 한국총괄은 "2024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7조달러 규모로 비자와 마스터 거래량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며 "디지털과 전통금융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딜로이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5년 안에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며, 스테이블코인이 미래 결제 시스템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