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에 세계 각국 ‘합종 연횡’···韓 글로벌사우스 공략도 잰걸음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입력 : 2025.05.25 10:48:24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글로벌 무역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이 ‘합종연횡’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와 무역협력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들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속도를 내는 사례가 줄이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앞서 체결한 무역협정의 조기 발효와 함께 중동과 남미 등 ‘글로벌사우스 지역’으로 무역지대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英 브렉시트 이후 인도와 최대 무역협정
인도와 영국은 이달 초 대규모 FTA에 최종 합의했다.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이 체결한 최대 규모의 무역협정이다. 양국간 FTA 협상은 2022년 1월 시작됐지만 지난해까지 큰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들어 시작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3년을 지속해온 양국간 무역협상에 기폭제가 됐다. 불확실성이 커진 통상환경에서 무역장벽을 낮추고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양국이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이번에 체결된 협정으로 인도는 영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개별 관세의 90%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 중 85%는 향후 10년 내 완전히 철폐된다. 영국의 진과 위스키 관세는 75%로 종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며, 협정 발효 10년차에 40%로 추가 인하된다. 영국 자동차 관세도 할당량 내에서 100%에서 10%로 대폭 내려간다. 영국은 인도에서 수입하는 의류, 신발, 냉동 새우, 보석류에 물리는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인도는 영국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인력들을 훨씬 더 쉽게 내보낼 수 있게 됐다. 이번 협정에 영국에서 일하는 인도 근로자와 그 고용주에게 사회보장세 납부를 3년간 면제하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에서 근무하는 영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EU는 남미·동남아로 무역지대 확장
유럽연합(EU)도 무역협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지난해 12월 협상개시 25년만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4개국(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르과이)과 FTA를 타결했다. EU와 메르코수르는 1990년부터 경제·정치·문화적 관계 강화를 위해 FTA를 추진해 왔지만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다.

FTA가 발효되면 EU는 남미 시장에서 자동차 등에 대한 점유율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기존 협정 내용과 동일하게 15년 동안 전면 관세 철폐가 이루어질 예정이고, 전기자동차의 경우 협정 발효 즉시 관세가 35%에서 25%로 낮아진다.

지난해 12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메르코수르 회원국은 유럽에 소고기 등 농·축·수산물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연합 역시 미국산 농산물을 대신할 공급처로 남미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FTA 체결 당시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해당 협정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 협정은 경제적 기회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며 “고립과 분열이라는 반대 방향으로 강풍이 불고 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지만, 이 합의는 우리에겐 대응 방안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다른 국가들과도 양자무역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와 FTA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고, 인도와도 연내 FTA 체결을 목표하고 있다. 동남아 4개국(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과의 협상도 공식 개시한 상태다.

◆멕시코·브라질 등 韓도 보폭 넓혀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을 낮추기 위해 무역협정을 활용한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중동과 남미, 아프리카 등 글로벌사우스와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그동안 우리나라와 상대적으로 교역이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시장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손꼽힌다.

우선 우리 정부는 2023년 타결한 UAE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를 연내 조기 발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중동 국가와 맺은 첫 FTA이자 한국이 체결한 24번째 FTA로, 협정 발효 후 양국은 전체 품목의 약 90%에 적용되는 관세를 10년 내 철폐할 계획이다.

2023년 타결한 에콰도르와의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도 연내 발효될 예정이다. 협정이 발효되면 에콰도르에 국산 자동차를 수출할 때 부과되는 최대 40%의 관세는 15년 내에 철폐된다. 특히 35%의 관세율을 적용 중인 중소형 하이브리드차는 현지의 친환경 차량 지원정책에 힘입어 5년 내 무관세로 수출된다.

지지부진했던 협상에도 속도를 낸다. 멕시코와의 FTA 협상이 대표적이다. 한·멕 FTA는 2005년 9월 추진 합의 이후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차례 협상 후 중단됐다. 2022년 협상 재개가 선언됐지만 그동안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우리 정부는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에도 무역동반자협정(TPA) 체결 검토를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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