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격에 아시아 증시 블랙먼데이 반도체株 위주로 던진 외국인 삼전·하이닉스 5600억 팔자 5거래일간 코스피 6.4조 매도 일본 증시 시총 1위 도요타 하루만에 주가 6% 가까이 뚝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발 관세폭탄이 세계 경제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고 각국 증시에서 패닉 셀에 나서고 있다. 7일 오전 개장부터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주요국 증시는 폭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지난해 8월 5일 미국 경기 침체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더해져 8.77% 하락한 이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 하락 종목은 886개로 역대 14번째로 많았다. 이날 코스피 하락폭은 대부분 작년 8월 5일 아시아 증시 폭락 때의 기록에 근접한 수치였다.
다만 그때는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금보다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이 재빠른 수습에 나서며 증시가 급반등할 수 있었다.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자세에 중국이 보복관세에 나서며 전면적 무역전쟁 도래, 이로 인한 경기 침체의 현실화 때문에 쉽게 증시 저점을 낙관할 수 없다는 공포심리가 시장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당시와 차이가 있다.
코스피는 지난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충격에도 주변국에 비해 낙폭이 작았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외국인들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에 나설 시그널을 보이지 않자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극에 달해 신흥국 증시에서 투매에 나섰다. 그동안 시장이 한 가닥 기대를 걸어온 '파월 풋'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오기 힘들다는 인식에 수출 비중이 큰 아시아 증시에서 자금을 대거 회수한 것이다.
코스피에선 외국인 순매도가 두드러졌던 종목일수록 하락폭이 컸다. 이날 외국인들은 코스피 현물에서 2조949억원, 선물에선 1조1819억원을 순매도해 현·선물을 합하면 3조2000억원이 넘는 규모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코스피 현물 일일 순매도가 2조원을 넘은 것은 2021년 8월 13일 이후 처음으로, 역대 순매도로는 5위다. 4월 들어 5거래일 만에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6조437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들 순매도 규모 1위는 삼성전자(4584억원), 2위는 SK하이닉스(1090억원)였다. 코스피 두 대장주가 각각 4.63%, 8.01% 내리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으며 주요 수출주인 현대차 역시 외국인의 1040억원 순매도에 6.1% 하락했다.
이날 2644포인트 급락한 닛케이 지수는 하루 하락폭으로는 역대 3번째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기업들의 부침이 심했다. 반도체 종목인 키옥시아 주가는 이날 19.38% 하락했다. 키옥시아뿐 아니라 일본 대표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10.02%, 스크린홀딩스는 11.91% 하락했다. 디스코와 어드반테스트는 각각 14.60%, 10.97%의 하락세를 보였다.
자동차 종목 하락세도 무시할 수 없었다. 도쿄 증시 시가총액 1위이자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이날 5.86% 하락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혼다와 닛산 또한 각각 4.14%, 9.34% 떨어지며 트럼프 관세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도쿄 증시에서 가장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 움직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협상을 위한 카드로 사용하며 현재의 강경한 태도가 앞으로 누그러질 것을 기대했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연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작은 코스닥 역시 5.25% 하락해 지난해 8월 5일 11.3% 하락한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기준 저점 부근이나 관세 충격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중장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관세 부과국들의 추가 대응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이후 지난 3일부터 동아시아 국가의 증시 하락률을 보면 코스피는 7.09% 하락했으며 닛케이225는 12.85% 하락했다. 상하이종합은 7.57%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