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분간 큰애 방에 들어가지 마요”...역대급 취업난에 실업급여만 늘었다

최예빈 기자(yb12@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입력 : 2025.04.07 21:38:46
취업시장 ‘춘래불사춘’

3월 고용보험가입자 1% 증가
통계 집계 이래 27년, 가장 낮아
인당 일자리 구인배수 0.32 불과

실업급여 신청자 전년比 4.6%↑
69.3만명...지급액 총 1.05조원

소비자심리지수도 기준치 밑돌아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도 두 달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3월 기준으로 2021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규모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7일 서부고용복지 플러스센터에 어르신이 업무를 보고 돌아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봄은 왔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월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 증가폭이 3월 기준 통계 집계 이래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구직급여는 지급자와 지급액 모두 4년 만에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고용노동부가 7일 발표한 ‘3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43만5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4000명(1.0%) 늘었다. 이는 3월 기준으로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했던 1998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에서 종합건설업을 중심으로 20개월 연속 줄었다. 제조업도 고용허가제 외국인 당연 가입 증가분을 제외하면 1만7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 내국인 가입자 감소세는 1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1인당 일자리 개수를 뜻하는 구인배수는 지난달 0.32에 불과했다. 3월 기준 구인배수는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의 신규 구인 인원은 15만4000명으로 지난해 3월 대비 4만5000명(22.8%) 줄었으나, 신규 구직 인원은 48만명으로 6만3000명(15.2%)이나 증가한 탓이다. 구인배수는 1월 0.28로 충격이 온 뒤 2월에 0.40으로 반등했지만 다시 주저앉았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제조업이나 사업서비스업, 도소매업, 건설업 등 최근 경기가 부진한 산업 중심으로 구인 인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추후 미칠 영향이지만 기업들이 미리 대비하기 위해 채용 수요를 많이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3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구직급여 지급자는 3만8000명(5.9%) 늘어난 69만3000명에 달했다. 지급액도 815억원(8.4%) 늘어난 1조510억원으로 두 달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있는 취업게시판이 텅 비어 있다. [이충우 기자]


한편 통계청이 제공하는 속보성 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 채용 공고의 평균 모집 인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4% 감소했다. 이는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며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보류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전반적인 생산 둔화와 수출 여건의 악화를 들었다. KDI는 “건설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하며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광공업(1.0%)과 서비스업(0.1%)도 낮은 증가세에 그치며 산업 전반에서 생산이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도 93.4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며 소비 부진 흐름도 이어졌다.

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수출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도 했다. 2월 수출은 전월(0.7%)보다 높은 3.1% 증가했지만, 그동안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점차 조정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국제 통상 환경이 악화되면서 다른 주요 품목들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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