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휠체어·유모차도 쓱~'…모두를 위한 집

연령·성별·나이·장애 상관없는 '유니버설 디자인하우스'낮은 단차·넓은 복도·미닫이 문·공동체 공간보증금 약 5천만~2억3천만원, 월 임대료 약 40만~53만원 "고령화 시대일수록 유니버설 디자인 더욱 필요"
최혜정

입력 : 2025.07.18 05:50:01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는 이범재 대표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지난 8일 이범재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대표가 휠체어를 타고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장안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2025.7.18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정문을 통해 건물로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문턱'이었다.

건물 출입구에서 각 세대 안까지 이어지는 모든 문턱은 2㎝ 이하다.

휠체어나 유모차, 보행 보조기를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낮은 단차가 '접근 가능한 삶'으로 이어진다.

지난 8일 방문한 '유니버설 디자인하우스-장안'(이하 유디하우스 장안)의 첫인상은 '낮은 문턱'으로 두 팔을 활짝 벌린 모습이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벚꽃로 11번지, 중랑천을 앞에 둔 흰색 외벽의 이 공동주택은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건물이 품고 있는 철학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모두를 위한 집'이라는 철학으로 설계된 이곳은 유니버설 디자인과 공동체 정신을 담은 사회주택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연령, 성별, 나이,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최대한 사용하기 편하게 제품이나 환경을 설계한다는 개념이다.

사용에 있어 공평성, 유연성, 직관성, 포용성, 편리성 등의 개념을 강조한 범용 디자인이다.



층마다 다르게 칠해진 복도 벽면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장안 건물 내부 복도 벽면은 층마다 다른 색깔로 칠해져 있었다.2025.7.18

이날 이범재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대표는 휠체어를 탄 채 정문에서 공용 부엌, 엘리베이터까지 자유롭게 오갔다.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실내 복도를 설계한 덕분이다.

유디하우스 장안은 문턱의 높이를 낮춘 것은 물론, 복도의 유효 폭은 1.5m 이상으로 넓혔고, 바닥 마찰 계수도 0.5 이상으로 설계해 미끄럼을 방지했다.

지체장애인인 이 대표는 "계단 옆에 경사로를 두는 것이 '배리어 프리'라면, 처음부터 단차 자체를 없애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실내는 환한 색감으로 꾸며져 있다.

흰색 벽, 통창, 넓은 통로, 미닫이문은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다는 티를 내지 않고, 그저 편안하고 세련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또 2층부터 8층까지 각층 복도 벽면은 주황색, 보라색 등 무지개 색깔로 다르게 칠해졌다.

안화연 유니버설디자인본부 실장은 "층마다 복도 벽면 색상을 달리해 층을 구분하기 쉽게 만들었다"며 "혹여 고령자분들이 층을 헷갈리실까 하는 마음에 해 둔 장치"라고 설명했다.



미닫이문이 설치된 내부 모습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장안 내부 세대의 문은 모두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로 설치돼 있다.2025.7.18

내부 세대 역시 세심하게 설계됐다.

미닫이문, 폭 90㎝ 이상의 문과 넓은 현관, 미끄럼 방지 타일을 깐 욕실이 기본이다.

특정 세대에는 화장실에 안전 손잡이와 샤워 의자가 설치돼 있기도 하다.

모두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를 이용할 이동 약자를 생각하며 고안된 것들이다.

내부 공간도 넓다.

가장 좁은 804호, 805호 등의 전용 면적은 19.47㎡, 가장 넓은 201호, 301호 등은 49.97㎡다.

이 대표는 "화장실, 부엌 앞 등의 공간이 넓어야 휠체어가 오가기 편하다"며 "생활 공간 면적 자체를 최대한 넓게 잡았다"고 말했다.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1인 가구의 고립을 줄이기 위한 공동체 공간도 마련돼 있다.

1층에는 세미나실과 공용 부엌, 옥상에는 텃밭 정원이 조성됐다.

입주자들은 요가 강사를 초청해 수업을 열고, 옥상에서는 방울토마토와 가지 등을 함께 기르며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있다.

18일 통계청의 '2024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2018년 전체 가구의 29.3%에서 2023년 35.5%로 늘어났다.

2050년에는 41.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대표는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1인 가구가 고립되지 않고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옥상정원 텃밭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장안 옥상에는 텃밭 정원이 꾸려져 있다.이곳에서 입주자들은 가지, 방울토마토 등의 식물을 키우고 있다.2025.7.18

유디하우스 장안은 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토지를 저렴하게 임대하고 민간 주체인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이 건물을 지어 운영한다.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에게 주택을 주변 시세의 80% 이하 수준 임대료로 제공한다.

보증금 5천500만~2억3천600만 원, 월 임대료 40만4천~53만2천 원 수준이다.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작년 3월 첫 입주자를 받은 유디하우스 장안은 총 42세대로 이뤄져 있다.

수유, 망우, 수락, 창동 등 다른 6곳의 유니버설 디자인하우스까지 포함하면 총 168세대가 거주할 수 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서 소득, 자산, 자동차액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구체적인 소득 기준은 대개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 수별 월 평균 소득의 100~120% 이하다.

이 대표는 "보통 도심지에 가까운 유니버설 디자인하우스일수록 입주 경쟁률이 높다"며 "높은 곳은 경쟁률이 10 대 1이고, 보통은 2~3 대 1 정도"라고 밝혔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창동 입주 신청 자격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이렇듯 유니버설 디자인하우스의 수요는 증가세이지만 정작 추가 공급은 막힌 상황이다.

서울시는 사회주택 추가 공급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영주체의 재무건전성이 낮아서 중단한 사업"이라며 "제도 개선을 전제로 한 사업 재개는 사회주택의 운영관리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한 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태경 부산대 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는 "고령화 시대일수록 유니버설 디자인은 더욱 필요하다"며 "노인의 활동 반경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돼야 자립성과 활동성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사회적 커뮤니티와의 연결도 원활해진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해외에 비해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주거 사례가 적다"며 "공공주택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을 의무화하고, 민간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시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haemong@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7.18 10:52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