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대부분 2030, 파산 쏟아질 것”…전세사기 배드뱅크 성공하려면 [기자24시]

김혜란 기자(kim.hyeran@mk.co.kr)

입력 : 2025.07.15 10:20:06 I 수정 : 2025.07.15 10:43:30
[연합뉴스]
“전셋집에 명도소송이 들어와 언제 쫓겨날지 모릅니다. 생활이 무너져 개인회생을 신청했습니다.”

A씨의 삶은 8년 전 분양·신탁전세사기를 당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전 재산을 털어 빌라를 새 보금자리로 마련했지만, 건축주는 준공 전이라는 이유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미루고 빌라를 담보로 신탁사 대출까지 받았다. 고육지책으로 전세계약으로 바꿔 보증금이라도 지키려 했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피해 유형은 조금씩 다르지만 정부가 파악한 전세사기 피해자만 3만명이 넘는다. 정부가 허술한 세입자 보호 시스템을 방치하는 사이, 전세사기는 법과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대구 신탁사기 피해자 B씨는 “피해자 대부분 2030세대인데, 이대로 두면 파산자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당이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한 배드뱅크안을 꺼냈다. 이미 개정한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다. 2023년 LH가 피해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실제 매입건수는 1043건에 그쳤다. 부실채권 전문기관이 아닌 LH가 개별 건을 사들이기엔 역부족이라, 부실채권을 사들여 권리관계를 정리하는 배드뱅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주도로 피해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담보채권 현황을 전수조사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그동안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새 정부에선 더는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여당은 전세사기 배드뱅크 사업 규모를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전세사기 피해 중에서도 소액임차인이 아니면서 선순위 채권이 있는 피해자는 전체의 절반이었고, 이들의 선순위채권액에 매입가 할인율을 적용해 산출한 금액이다. 1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 방안, 구제 범위와 대상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벼랑 끝에 선 사기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권이 전향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공적 자금 구제에 따르기 마련인 형평성과 재원 조달 논란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실수요자들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전세사기에 대해서 ‘사후 구제’라는 지적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전세계약 구조 개선, 사기범 엄벌 등 근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김혜란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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