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규제 제외해 달라”…한남2구역 조합원 ‘전전긍긍’

조성신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robgud@mk.co.kr)

입력 : 2025.07.10 15:26:55 I 수정 : 2025.07.10 15:30:17
관리처분인가 앞둔 서울 내
정비사업장 53곳
이주비 대출 6억 제한에 발동동
국민청원에 이주비 대출 제한 폐지 등장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모습 [사진 = 로드뷰]
이주를 앞 둔 서울 도심 내 정비사업장들이 ‘6·27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본 이주비 대출로는 주변에서 전셋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이미 시공사 선정도 마쳐 추가 이주비 대출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10일 도심 정비업계에 따르면 사업시행 인가를 마치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둔 서울 시내 정비사업장은 지난 9일 기준 총 53곳(4만8339가구)에 달한다.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당초 이달 안에 용산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계획이었다. 관리처분인가에 앞서 이주·철거 준비에 한창일 단계지만, 조합은 오는 12일 총회를 열고 이주비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고강도 대출 시행 이후 무주택자는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 이하로 제한됐다. 특히 다주택자는 아예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주비를 활용해 공사 기간 거주할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데 6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남2구역 조합원들은 입을 모은다. 다주택자 조합원 비율도 높아 전세금을 전액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비 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하거나,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치르고 이주를 준비해야 했던 조합원들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남 2구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구역 조합원은 다주택자가 많고 대출을 끌어와서 투자한 사람들이 많다”면서 “세입자를 포함해 이주비 대출을 받아야만 이사가 가능한 거주자가 적지 않아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전인 서울 내 다른 정비사업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는 8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계획했던 강남구 개포주공 5단지에서는 시세보다 4억원이 떨어진 급매물도 나왔다.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동작구 노량진 1·3구역을 비롯해 양천구 목동 재건축 단지도 조합원 이주비 조달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주비 대출 규제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지난 7일 공개된 이후 사흘 만인 9일 오후 약 8700명의 동의를 얻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이 제한되면서 시공사의 자금 조달 능력에 의해 추가 이주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높고 건설사들의 신용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 상위의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면 넉넉한 추가 이주비 대출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주비 대출 규제 풀어달라’ 청원 등장
국회전자청원에 올라온 ‘이주비 대출 규제 폐지 요청글’ [사진 = 국회전자청원 갈무리]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이주비 대출 역시 최대 6억원 한도, 6개월 이내 전입 의무가 주어지면서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7일 국민동의청원에는 ‘금융위원회의 이주비대출 규제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요청’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이날 오후 2시50분 기준 1만1370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주택공급을 위한 정비사업 실정에 맞지 않는 금융위원회의 이주비 대출 규제 방침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주비 대출 규제가 조합원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와 배치되는 데다 현실적으로 기존 제도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주비 대출이 제한되면 이주 자체가 어렵고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상환도 불가능해진다”며 “이주 지연·정비사업 전반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적었다.

또 1주택 조합원이더라도 이주비 대출 실행 후 6개월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는 조건과 관련,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의 종전자산은 입주권과 결합되어 있어 별도로 처분할 수 없다”며 “금융위가 말하는 처분이 종전자산의 조합 이전등기를 의미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해당 절차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6개월 내 전입 요건도 문제로 꼽았다. 정비사업의 특성상 이주 이후 실제 입주는 3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주 후 6개월 내 전입 요건은 조합원에게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청원인은 “이번 이주비 대출 규제는 조합원의 재정착을 지원하기보다는 입주권의 외부 매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입법취지와 도시재생 정책의 기본 방향, 즉 원주민의 재정착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동의 청원 제도는 2020년부터 도입된 참여형 입법 절차로, 30일 이내에 10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해당 청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정식 심사를 받게 된다. 이번 청원은 8월 6일까지 동의 신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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