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르면 어쩌나" 국제유가 급락에 '원유 선물' 베팅 나선 개미들
WTI 한달새 70달러→60달러 급락…'WTI원유 선물 ETN' 집중매수, 인버스 ETN '팔자'증권가 "당분간 유가 약세 지속…70달러 상회 어려울 것"
이민영
입력 : 2025.05.10 08:00:00
입력 : 2025.05.10 08:00:00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서울 = 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글로벌 경기둔화와 공급과잉 우려로 국제유가가 최근 급락하자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을 대거 쓸어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9일 기준 최근 한 달간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장지수증권(ETN)은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으로 1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ETN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WTI 선물 가격이 오르면 2배만큼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이밖에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H)'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도 각각 39억원, 9억원어치 담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은 98억원어치 팔았으며, '신한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H)'도 2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두 상품 모두 최근 한 달간 개인 투자자가 많이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ETN은 주로 원자재, 선물, 채권, 통화 등 개인이 쉽게 투자하기 어려운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으로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지난달 초 70달러 초반이던 국제유가(WTI)가 최근 6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 확대 계획에 공급 과잉 우려가 불거진 영향이다.
지난 5일 6월 인도분 WTI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IPEC+가 다음 달 원유 생산량을 41만1천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배럴당 57.13달러로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부분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했지만 여전한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석유 수요 둔화가 예상된 점도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9일(현지시간) 미·중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WTI 가격이 이틀 연속 올라 다시 60달러대(61.02달러)로 올라섰으나 지난달 고점에 비해선 여전히 15%가량 낮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단기 급락한 국제유가의 반등에 대한 기대로 관련 상품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가 급락에 따라 미국 셰일 기업들이 생산량 조정에 나서고, 카슈미르 총기 테러 사건 여파로 갈등을 빚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6년 만에 다시 무력 충돌한 후 지정학적 긴장감이 산재한 점도 향후 유가 상방 요인으로 꼽는 분위기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공급 과잉 여건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의 상단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제유가 하향 안정화 정책과 휴전 협상 주도 등은 전 세계 석유 시장의 고질적인 공급 오버행(과잉)으로 잔존해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정학적 긴장의 장기화에 국제유가의 50달러선 하방경직성은 지지될 것이나 다시 70달러를 상회하는 강세 환경은 당분간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전 세계 석유 시장에서 잔존하는 공급 오버행 이슈가 해소되기 전까지 올해 석유 투자에 대해서는 중립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수요 우려 속에서 유가 부양 의지가 약해진 OPEC+의 추가 증산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라며 "본질적인 공급 증가와 수요 둔화는 유가의 약세 방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mylux@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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