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4명이 원룸 생활"…'신안산선 붕괴' 한달, 막막한 주민들

21세대 55명 대피생활 여전…도로 통제로 차량들 30분 우회 불편사업장들 영업 차질, 학교도 불안감에 긴장 연속…현장감식도 아직
김솔

입력 : 2025.05.10 08:00:10
(광명=연합뉴스) 김솔 기자 = "가족이 다 같이 방 한 칸짜리 숙소에서 지낸 지도 벌써 한 달이 됐네요.

참 답답합니다."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현장
(광명=연합뉴스) 지난달 11일 경기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2025.4.14 [연합뉴스 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한 달 전 발생한 '신안산선 붕괴 사고'로 살던 집에서 대피한 뒤 인근 오피스텔에서 머물고 있는 김모(57) 씨는 지난 9일 이같이 말하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붕괴 현장에서 수십m 떨어진 광명시 일직동 구석말에 거주하던 김씨 가족은 사고 이후 내려진 국토교통부와 광명시의 대피 명령에 따라 근처에 숙소를 잡아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한동안 집에서 나와 근처 호텔에서 살다가 최근에는 인근 원룸 오피스텔에 단기 계약을 맺어 성인인 자녀와 셋이 거주하고 있다"며 "가끔 직장에 다니는 다른 자녀까지 방문하면 무척 비좁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시 사흘간 입을 옷과 약만 챙겨서 나와 급하게 숙소를 잡았는데, 사태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이런 생활이 더 길어질 것 같아 최근에는 원래 살던 집에서 옷, 이불, 접시 등을 조금 더 가지고 나왔다"며 한숨 쉬었다.

김씨 가족과 같이 주거지를 나와 임시숙소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구석말 주민은 현재까지 21세대 55명에 이른다.

사고 현장
[촬영 김솔]

지난달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방음벽과 간판이 부서진 채 곳곳에 내려앉아 있어 처참한 모습이다.

사고 여파로 현재 광명 양지사거리와 호현삼거리 사이에 위치한 사고 지점 부근 오리로 왕복 6개 차로 200여m 구간의 통행이 전면 차단돼 있다.

통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사고 지점 부근까지 들어선 차량들은 곳곳에 세워진 '진입 금지' 팻말과 차단벽 앞에서 유턴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곳은 광명시 일직동과 소하동 주민들이 안양시로 향할 때 주로 거쳤던 구간이었다.

그러나 사고로 인해 해당 구간이 통제되면서 수십 분을 돌아가야만 해 불편이 크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 9일 사고 현장
[촬영 김솔]

안양시에 사는 60대 여성 A씨는 "딸이 붕괴 현장 바로 옆의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어서 자주 오가는데 통제 때문에 15분 걸리던 거리를 45분은 돌아서 오는 것 같다"며 "특히 출근 시간대에는 길이 더 막혀서 더욱 불편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주변의 식당, 주유소, 카센터 등 사업장 17곳도 영업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사고 현장이 통제되면서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사고 현장에서 50여m 떨어진 초등학교에 자녀들을 등교시키는 학부모들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학교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후 안전상의 이유로 지난달 14~15일 이틀간 휴업했다가 등교를 재개했다.

등교가 재개된 시점부터 학생들의 운동장 출입을 막기 위해 교정 곳곳에는 통제선이 설치돼 있는 상태이다.


(광명=연합뉴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지난달 14일 굴착기가 작업하고 있다.2025.4.14 [연합뉴스 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하교 시간대에 이 초등학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40대 학부모는 "학교 바로 옆에 사고 현장이 있다 보니 혹여나 시설물이 또 무너지지는 않을지 늘 긴장된다"며 "빨리 사고 현장에 대한 수습 작업이 이뤄져서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등하교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5일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해, 확보한 자료를 들여다보며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의 현장 감식은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의 안전 진단 등이 모두 끝나 붕괴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이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11일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던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포스코이앤씨 근로자 1명이 숨지고, 하청업체 굴착기 기사 1명이 크게 다쳤다.


(광명=연합뉴스) 지난달 11일 경기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2025.4.13 [연합뉴스 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sol@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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