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이젠 전기 없으면 그냥 석기시대"
스페인·포르투갈 대정전에 "남의 일 치부 말고 대비해야""스페인 정전에 공항서 밤새워" 현지 경험담도 이어져전문가 "복합 원인으로 발생하는 정전 100% 막을 순 없어"
오인균
입력 : 2025.05.02 05:50:01
입력 : 2025.05.02 05:50:01

(AFP=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정전으로 아토차 기차역에서 여행객들이 적십자가 나눠준 빨간 담요를 덮고 노숙하는 모습.2025.5.2.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아비규환으로 만든 대규모 정전은 과연 남의 일일까.
해당 정전 사태는 11시간 만에 해소됐지만 국가비상사태를 초래하며 초연결 사회가 순식간에 먹통이 되는 디스토피아를 보여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다가올 미래의 모습"(네이버 아이디 'me11****') 등 한국도 그러한 대규모 정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정전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다면서, 정전 상황에서는 관계 당국의 대응을 믿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후 변화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전력이 폭증해 정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과도한 걱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X 캡처.DB 및 재판매 금지]
◇ "와이파이·카드 결제 안 되고 지하철 멈춰" 2일 현재 SNS에서는 스페인, 포르투갈 현지에서 이번 정전 사태를 겪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체험담도 확인할 수 있다.
엑스(X·전 트위터) 이용자 'kim***'은 "스페인에서 예약한 숙소로 갈 방법이 없어서 비교적 안전한 공항에서 밤을 새웠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선불로 산 유심(USIM)과 일부 공용 와이파이가 안 되고 버스 터미널에서 카드 결제도 안 됐다"면서 "다음 날 새벽 5시30분쯤 운전 기사에게 직접 현금을 내고 버스표를 구입해 예약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글에 "2018년 KT 서대문 기지국이 불났던 날 인터넷과 카드가 모두 안 돼서 택시도 못 잡고 카페에서 첫차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pim***'), "일본 사람들이 현금을 중시하는 게 대지진 등으로 도시 전체 전력이 끊기면 일상이 마비되는 것을 겪어서 그렇다더라"('0rO***') 등 '전기 없는 삶'에 대한 댓글이 달렸다.
네이버 이용자 'ohg***'도 "스페인 지하철이 멈추니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공항 가야 하는데 버스만 2시간 넘게 기다리느라 집에 못 올까 식겁했다"고 썼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대정전으로 바르셀로나의 한 가족이 촛불을 켠 채 스낵을 먹는 모습.2025.5.2.
누리꾼들은 이번 대정전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이용자 'year****'는 "자동화, 첨단화되어가는 나라들에서 언젠가 한 번쯤은 보게 될 모습일 듯.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지 말고 대한민국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적었다.
'luna****'는 "일교차 심하고 사이버테러에 취약하고 전력공급망이 고립된 우리나라도 똑같은 일이 발생하기 딱 좋네.
지하철이 지하에 깊숙이 박혀있고 고층빌딩 아파트가 즐비한 우리나라는 스페인보다 더 타격이 심하겠어.
엘리베이터 멈추고 전깃불 다 나간 깊숙한 지하에 고립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함"이라고 썼다.
또 'song****'는 "평소 인식하지 못하지만 인류문명은 전기문명이다.
전기가 끊어지면 문명, 문화가 정지되고 인류는 암흑 속에 묻힌다"고 지적했고, 'hao***'는 "이제 전기가 없으면 그냥 석기시대가 된다"고 짚었다.

[X 캡처.DB 및 재판매 금지]
◇ "재생에너지 전력망 개선 안 한 게 원인인 듯" 이번 대정전 원인을 두고 기온 변화·사이버 공격·높은 재생 에너지 비중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국내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정전을 100% 막는 방법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임춘택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단순히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아서라기보다는 재생 에너지에 걸맞은 전력망으로 개선하지 못했고 잉여 전력을 저장할 수단과 가스 발전기 등 유연 전원이 부족해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정전 당시 75% 이상이 재생에너지로 공급된 것으로 안다"면서 "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안전장치에 투자하지 않고 계통 안정성이 떨어지는 전력망을 운영하면 마중물이 되어야 할 전원이 부족해 정전 사태가 오래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가비상사태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나라에서도 정전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달 30일에는 부산 도시철도 동래역 일대 상가와 주택 등 700여 가구에 전기가 끊겼다가 2시간 만에 복구됐고, 지난 3월 경북 일대 산불로 안동·영덕변전소 주변 등 다수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수현(28) 씨는 "작년 6월 정전으로 갑자기 8호선 지하철이 멈춰 20분 동안 갇혔다"면서 "정전이 남의 일인 줄만 알고 있다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새하얘졌다"고 회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지난해 12월 5일 지하철 경의중앙선 열차가 정전이 나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5.2.
◇ "AI로 전력망 운영 효율화" 전망도 전문가들은 정전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 경우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짚었다.
공하성 소방방제학과 교수는 "신호등·지하철 등 교통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의료 시스템과 통신·금융 서버가 먹통이 되고 혼란을 틈타 범죄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특히 노후 아파트의 경우 전선이 노후화되어 우려가 더 크다"며 "정전이 장기화할 것을 대비해 비상식량을 구비하거나 갑자기 전원이 공급되면 위험할 수 있는 전자제품은 미리 콘센트를 빼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향후 전력 수요가 폭증해 정전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송전 손실이 4%도 되지 않고 1년 중 평균 정전 시간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적은 편"이라면서 "전기차가 늘고 AI로 인해 전력 수요가 폭증할 거라는 예측도 있지만 그만큼 반도체 효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천문학적으로 전기 수요가 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교수도 "우리나라는 2년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만약 AI 등으로 인해 전기 수요가 늘어난다면 그때 추가하면 된다"면서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건 재생에너지"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2038년까지 무탄소 전기 비중을 70%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놓았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충에 해당 계획의 성패가 달렸다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AI 기술로 오히려 전력망 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이번 스페인 정전 사태는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기술로 전기 수요·공급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소비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 부여하는 식으로 소프트웨어 혁신이 일어나면 송전선·원전 같은 하드웨어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u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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