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때보다 더 충격 컸는데···월요일 국장이 두렵다

홍성용 기자(hsygd@mk.co.kr)

입력 : 2025.04.06 15:55:30
S&P500 지수 하루만에 6% 급락해
기술주, 경기순환·방어주 전방위 폭락
트럼프 취임 이후 1경6000조원 증발
애플·엔비디아 이틀새 15% 동반 하락
“폭락 장세 이제 시작...경기침체 본격화”


뉴욕증시 폭락.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후폭풍으로 뉴욕증시의 대표 지수인 S&P500이 하루 만에 6% 가까이 급락했다. 2000년 4월의 닷컴 버블, 2001년 9·11테러 당시보다 일일 하락 폭이 더 클 정도로 충격이 컸다.

특히 ‘매그니피센트7(M7)’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경기순환주, 경기방어주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폭락이 연출됐다. 지난 이틀 동안(3~4일)에만 역대 최대인 6조6000억달러(약 9646조원)가 증발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팬데믹 충격이 닥쳤던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50% 급락한 38,314.8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5.97% 떨어진 5074.0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82% 하락한 15587.79에 각각 장을 마쳤다.

S&P500은 팬데믹 확산 공포가 덮친 2020년 3월16일(-12%) 이후 5년 만에 일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닷컴 버블이 터져 폭락장세가 펼쳐졌던 2000년 4월의 일일 낙폭(-5.8%)과 9.11 테러 사건 이후 낙폭을 키웠던 2001년 9월(-4.9%)보다 더 하락했다.

지난 2거래일(3~4일)에만 역대 최대인 6조6000억달러가 사라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17일 취임한 이후로 계산하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은 11조1000억달러(약 1경6223조원)가 증발했다.

뉴욕증시 시가총액 1위 애플과 인공지능(AI) 반도체칩 대장 엔비디아는 이틀 새 각각 15.86%, 14.58%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오른팔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도 이틀 만에 15.32% 폭락했다. 심지어 관세 전쟁과 접점이 작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마저 -13.56%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같은 폭락장세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증시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지난 2년간 펼쳐진 미국 증시 강세장이 끝났다고 분석한다.

앤젤레스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로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가 관세와 무역 정책을 쉽게 포기할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 주가 하락은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칠 나쁘고 일관성 없는 무역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5일 기준 45.31까지 치솟으며 하루 만에 51% 상승했다.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공포심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는 CNN 공포·탐욕지수도 4일 기준 한자릿수 수치인 4를 기록하며 ‘극심한 공포’ 구간에서도 최고 공포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월가의 대표 ‘기술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조차 “시장은 경제적 아마겟돈(최후의 전쟁)을 예상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거의 확실하고, 이건 모두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상호관세는) 워싱턴에서 나온 역사상 최악의 조치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증시는 한동안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미국산 상품 34% 보복관세 및 희토류 수출 제한 등에 다시 미국이 한 차례 더 보복할 경우 증시 불확실성은 한층 가중된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투자책임자는 “높은 관세율이 지속되고 협상이 몇 개월간 이어지며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 추가 조치가 취해진다면 경기 침체, 즉 비관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가 반도체와 의약품 섹터에도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등 강공으로 일관한다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한다.

JP모건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을 40%에서 60%로 올려잡았다. RBC캐피털마켓의 로리 칼바시나는 S&P500 연말 목표치를 기존 6200에서 5550으로 하향 조정했다.

뉴욕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음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반도체·자동차 등 섹터인 국내 증시의 영향도 불가피해보인다. 국내 증시는 기업 펀더멘탈보다 대외 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한편, 국내 증시는 8일 발표될 삼성전자 1분기 잠정실적도 변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77조1928억원, 5조134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2.3% 감소한 수치다.

9일 발표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이어 10일 공개될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은 시장 방향성의 추가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의 3월 CPI 전망치는 전년 대비 2.6% 상승으로, 지난달보다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불구하고 하드데이터 상의 실제 인플레 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 최근 부각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진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3월 CPI 결과가 관세로 인해 예상보다 더 오를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증시에 악재가 더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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