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에 보조금 퍼주더니”…하청기지 전락한 한국, 관세 폭탄까지 맞았다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입력 : 2025.03.01 06:09:49
입력 : 2025.03.01 06:09:49
중국 韓직접투자 5년새 2.9배
정부는 외투기업에 국비 지원
중국 반덤핑 조사도 늑장개시
기업들이 제소해도 ‘차일피일’
정부는 외투기업에 국비 지원
중국 반덤핑 조사도 늑장개시
기업들이 제소해도 ‘차일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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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A사는 2021년 전남에 3700만 달러(약 530억원)를 투자했다. 투자 대가로 같은 해 국비 58억8000만원을 받아갔고 이어 2022년에도 25억2000만원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수령했다.
미·중 분쟁 여파로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주요 생산시설을 옮겨오면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현금 보조금을 받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외투 기업에 대한 현금 지원 확대를 공언한 데다 최근 가파르게 증가한 중국의 대(對)한국 직접투자액을 감안하면 향후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계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우회수출 통로로 활용하며 사실상 제조업 하도급 기지로 삼는 가운데 정부가 보조금까지 쥐여주며 이를 독려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정부와 지자체는 현금 보조금 4952억원을 외국 기업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이 22건의 현금 지원을 받아 비중이 가장 컸지만, 2022년부터는 중국 기업들도 현금 보조금을 받아가는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 건수는 810건으로, 2020년 396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투자액은 57억8600만달러로 같은 기간 2.9배 급증했다. 투자 급증과 함께 정부 보조금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현금 보조금 지원 한도를 올해 한시적으로 최대 75%까지 올리고 추가로 상향하기로 했다.
문제는 중국이 한국을 우회수출 루트로 삼고, 제조 하도급 기지화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크게 인수·합병(M&A)과 공장 신·증설을 위한 그린필드 투자로 나뉘는데 M&A는 방산물자와 전략물자, 국가기밀 유출 가능성, 국가혁신기술, 국가전략기술 등 6개 사항을 고려해 투자를 심사한다. 반면 그린필드는 이런 심사 기준 자체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특정 국가의 우회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문제 삼으면 우리 산업으로 불똥이 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한 한국 정부와 달리 글로벌 각국은 중국의 산업 침투에 대한 보호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태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멕시코도 지난해 말 자유무역협정(FTA) 비체결국에서 수입되는 의류·섬유 품목에 대한 관세를 부과해 중국에서 수입되는 중간재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더딘 무역구제 조사에도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기업들이 무역구제 조사 신청을 하면 통상 2개월 이내에 조사 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조사 개시까지 60일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는 3월 4일부터 시작하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 덤핑 조사는 신청 후 76일이 걸렸고 최근 잠정관세가 부과된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의 경우에도 조사 개시까지 70일이 걸렸다.
반면 미국은 기업의 조사 신청 후 늦어도 20일 이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그 결과 최종 덤핑관세 판정까지 한국은 12개월 이상이 걸리는 반면 미국은 9개월 만에도 절차를 마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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