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채우기가 겁난다”…경기 침체에도 오르는 물가, 심상찮은 이유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5.02.25 19:58:16 I 수정 : 2025.02.25 20:14:30
올해 물가상승률 1.9% 전망
생활물가 떨어지지 않아 우려

식료품 수입물가지수 1.7%↑
농림부, 일부 품목 할인행사

“스태그플레이션 이미 진입”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와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22.03(2020년=100)으로 작년 동월보다 2.7%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이충우 기자]
극심한 경기 부진에 한국은행이 다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최근 물가 불안이 고개를 들면서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황의 골이 깊은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전쟁 여파로 수입물가가 꿈틀거리고 농수산물 등 생활물가가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아직 물가 수준이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도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25일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올해 물가상승률을 1.9%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전망과 같은 수준으로, 물가목표치(2.0%)를 밑도는 안정적인 수준일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최근 물가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5개월 만에 2%대에 다시 진입했다. 지난해 10월 1.3%로 바닥을 찍은 뒤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생산자물가 역시 1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것도 부담이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린다.

생활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생활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배추와 무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36.2%, 80.4% 비쌌다. 한은의 식료품 수입물가지수 역시 지난달 11.7% 상승하며 지수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무·양배추·당근 등 4개 품목에 대해 할인 행사를 연장하고, 4월까지 할당 관세를 적용해 민간 수입을 유도하기로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대 저성장에 빠진 상황에서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입했다는 것이 학계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집값이 체감물가에 영향을 주면서 안정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달리 고물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농수산물 등 생필품 가격이 많이 올라간 상태”라며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물가상승률도 있지만 물가 수준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관세정책이 다시 달러 강세를 이끌면 원화값이 떨어져 수입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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