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에 물렸던 개미들, 드디어 빛 보나”…AI 올라탄 4총사가 뜬다는데
문일호 기자(ttr15@mk.co.kr)
입력 : 2025.02.07 23:18:04
입력 : 2025.02.07 23:18:04
사용자 수·앱개발 능력 갖춘 소프트웨어 종목
“트럼프 ‘관세 텐트럼(발작)’ 속에서도 투자 수익을 낼 업종은 소프트웨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일으키자 월가는 고가 하드웨어 제품을 파는 종목들의 실적 추정치부터 내리고 있다.
대신 관세를 부과하기 애매하면서 가상 공간에서 박리다매 형식으로 돈을 버는 종목의 실적 추정치는 올리고 있다. 월가는 물론 국내 여의도 증권가도 분산 투자할 신규 업종으로 소프트웨어주를 합창하고 있어 주목된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엔비디아(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 애플(아이폰), 테슬라(자율주행차)는 관세 영향에 취약하다”며 “하드웨어 속성이 강한 종목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때처럼 주가 조정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단순 보복관세를 넘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제 불매운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반면 소프트웨어 업종은 관세 악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최근 중국산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로 인해 비용 부담이 감소해 순이익 추정치가 상승세다. 국방용 소프트웨어를 파는 팰런티어의 주가가 ‘깜짝 실적’과 함께 사상 최고가로 진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소프트웨어 관련주도 반등세다.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글로벌 본부장은 “관세전쟁의 대상은 일단 상품과 원자재로 소프트웨어는 거리가 멀다”며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가장 투자금이 많이 필요한 반도체 서버 단계를 건너뛰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게 돼 당분간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값비싼 GPU를 대량 투입해 AI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물량전쟁’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던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동안엔 현금 동원력이 AI 사업을 주도했다면, 이젠 사용자 숫자와 이들에게 친화적인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능력이 중요해졌다. 특히 ‘K소프트웨어주’는 고객들이 국내 개인이나 기업 위주여서 관세장벽을 넘어야 할 부담이 없다.
두 가지 장점(사용자 숫자와 고객 친화 앱)을 모두 갖춘 네이버와 카카오가 먼저 주목받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AI를 통한 소프트웨어 고도화를 위해 이해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기술 경쟁력 강화는 이 의장이, 주주환원은 최수연 최고경영자(CEO)가 맡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주주환원보다는 연구개발(R&D)비에 올인해 뒤처진 AI 사업 수익성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오픈AI와의 협업도 나왔다. 다만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이 지속되면서 자사주 소각은 꿈도 꾸지 못하는 처지라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어 향후 주주환원 여부에 주가가 달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규 소프트웨어를 6개월 만에 기업 고객 2000곳에 판매할 수 있는 더존비즈온과 AI 소프트웨어에 올인한 이스트소프트 등 중소형 회사들도 주목받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기업 위주 사업 형태로 안정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하고, 이스트소프트는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 안성맞춤이란 분석이다.
◆R&D 투자로 소프트웨어 수익성 높이는 네카오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카톡’이란 국내 최대 앱이자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카카오가 손을 잡았다. 카카오는 현재 개발 중인 ‘카나나’ 서비스에 오픈AI 모델을 활용해 최고의 AI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카나나는 일대일 대화뿐만 아니라 그룹대화에서도 맥락을 이해한 답변을 제시해 이용자의 관계 형성을 돕는 ‘AI 비서’다.
AI가 대중화되면서 카카오의 실적과 주가는 동반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카카오의 연간 매출 추정치(증권사 3곳 이상 평균값)는 2024년 대비 5.6% 증가한다. 그럼에도 카나나에 대한 R&D 투자 지속으로 수익률은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R&D는 판매관리비와 함께 영업비용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성장주에 대해 중장기 투자자에게 중요한 지표는 매출 대비 R&D 비중이다. 배당주 투자자에게 순이익 대비 배당금을 뜻하는 ‘배당성향(배당의지)’이 중요한 것과 같은 논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의 작년 9월까지 누적 R&D 투자비는 9720억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16.4%를 지출했다. R&D 투자 비중은 전년 대비 2.8%포인트 높아졌다. 증권가에선 ‘연구개발 능력 강화→앱 고도화→사용자 증가→매출 증가→주가 상승’을 카카오의 장밋빛 미래로 제시한다.
네이버의 경우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 중 가장 많은 R&D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2024년 3분기 누적 1조3620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매출 대비 17.4%다. 2020년 R&D 투자 비중이 25%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 비중은 매년 감소세다. 하지만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올해부터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네이버의 ‘원조 엔지니어’이자 창업자 이해진의 복귀에 따른 효과다. 창업자의 귀환은 통상 주가의 호재로 인식된다. 그는 사용자들이 스스로 질문과 답을 써서 올리는 ‘지식인’ 서비스을 바탕으로 국내 검색엔진 1위 자리를 꿰찬 경험이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R&D 투자 등 비용은 증가하겠지만 투자자들은 오랜만에 네이버의 미래 청사진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국내 기업 최초로 생성형 AI 서비스의 근간인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자체 개발했다. 창업자의 AI 기술 관련 투자 독려로 검색과 온라인상거래(이커머스) 사업의 수익성도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다. 네이버의 올해 연간 예상 매출은 11조6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는 같은 기간 매출성장률 5.6%, 올해 예상 이익률 7.1%로 모두 한 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직까지 오픈AI와의 협력, 오픈소스 기반의 저렴한 AI 투자 변화와 같은 호재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카카오는 ‘카톡’이라는 강력한 범용 앱을 통해 수익 기반이 탄탄한 만큼 AI 기술 개발에 따라 실적이 급등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네이버의 2배라는 점이다. 카카오의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36.9배다. 게다가 카카오는 ‘중국 리스크’도 존재한다. 증권가 관계자는 “중국 텐센트가 카카오의 주요 주주이고 낮은 수익성 탓에 배당수익률이 0%대에 그치는 등 주주환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강점과 단점이 분명하다. 카카오 대비 저평가된 주가 수준(PER 18.3배)과 이커머스의 경쟁력이다. 삼정KPMG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네이버의 점유율은 22%로, 쿠팡(20%)에 근소하게 앞서 있다. 그러나 그 격차는 계속해서 좁혀지고 있다.
특히 구글(유튜브)이 작년 6월 국내 플랫폼 업체 ‘카페24’와 손잡고 유튜브 쇼핑 전용 온라인 상점을 개설하면서 네이버의 이커머스 실적을 잠식 중이다. 중국의 초대형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와 테무 역시 이 국내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들어버린 것이 주요 투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 ‘텐배거’ 되나···더존비즈온 이익률 20% 도전
테슬라가 10여 년간의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선 순간 주가는 10배 이상 급등했다. 이처럼 주가수익률 1000%를 달성하는 주식을 ‘텐배거’라고 부른다. 증권가에선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 이스트소프트가 작년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환골탈태’할 것으로 본다.
이스트소프트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6.8%에서 올해 4.7%로 예상된다. 이 코스닥 상장사가 적자를 지속했던 것은 AI 검색 기능을 고도화하는 투자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1993년 설립된 이 회사의 주요 사업은 AI 소프트웨어, 포털, 이커머스, 자산운용, 게임 등 크게 5가지다. 작년 3분기 기준 매출의 48%를 AI 소프트웨어가 차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사업의 두 축은 AI 검색엔진 ‘앨런’과 AI 통역사 ‘페르소닷에이아이’다. 증권가에선 두 AI 모델이 올해 안에 대형 국내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후 내년부터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 걸맞게 작년 대비 올해 예상 매출 증가율은 23.4%로 추정된다.
투입된 비용 대비 실적의 방향은 아직까지 모호하다. 주주 입장에선 배당이 없기 때문에 이 회사의 청사진만 보고 당분간 기다려야 한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회사는 미국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를 표방한다. SK텔레콤이 퍼플렉시티에 투자를 단행한 전례가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스트소프트의 PER은 85배가 넘어 업종 내 경쟁자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불안한 미래 속 ‘대박’을 노리는 이스트소프트와 달리 더존비즈온은 국내 기업에 주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안정적 위치를 다지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높아 기업의 현금흐름이 원활하다. AI 바람을 타고 순이익이 증가하면 배당 인상도 기대할 수 있다. 매출 성장률도 10%가 넘는다.
이 코스피 상장사의 최근 제품인 ‘원AI(ONE AI)’는 지난해 출시 6개월 만에 기업 고객 2000곳을 모았다. 이 제품은 기존에 제공된 각종 소프트웨어와 통합돼 기업 효율성을 손쉽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굳건한 지위 영향으로 R&D 의지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투자 비중이 0.9%에 그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기업 고객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실적 추정치 상향이 이뤄지고 있다”며 “AI 기술이 도입된 신규 소프트웨어로의 교체 수요가 늘어 더존비즈온의 높은 마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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