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문 닫고 기계 내놨습니다”…무너지는 대한민국 경제 허리, 어쩌다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입력 : 2025.02.07 18:53:07
미·중 갈등에 경쟁력 약화
5곳 중 1곳은 한계기업
구조조정 정책 지원
보조금 지급 등 정책 필요


[사진 = 챗GPT]


장기 침체 공포가 한국 제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위기산업에 대해 적재적소의 구조조정,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과 같은 특단의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대한민국의 주요 수출산업이었던 석유화학, 배터리, 철강의 위기감이 현실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중국발 대규모 범용 플라스틱 과잉·저가 공급 공세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석유화학 기업은 생산공장을 폐쇄하거나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역부족을 실감하며 실적 악화를 맞았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2조3366억원, 영업적자 25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916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3% 급감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300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때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전기차 배터리 산업 부진도 뼈아프다. 배터리와 배터리소재 기업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투자와 생산공장 건립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며 위기를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으로 대표되는 한국 배터리 3사는 지난해 4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반(反)친환경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배터리 업계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련 지원금 축소를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에 따른 저가 철강재 유입과 국내 건설경기의 오랜 침체로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 철강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까지 예고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작년 연결 기준 매출액이 5.8% 감소한 72조6881억원, 영업이익은 38.5% 줄어든 2조173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철강기업들은 감산과 공장 폐쇄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의 1제강공장, 1선재공장 문을 닫았고 중국 스테인리스강 생산 법인 매각에 나섰다. 현대제철도 수요 부진과 파업 여파로 포항과 당진의 생산시설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에 한국 철강 업체들은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미국의 제철소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 역시 중국발 저가 공세로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며 고전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여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들 상황은 더 어렵다. 미·중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데다 고환율·고금리 부담도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이어지면서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며 “우리 당국이 중국 수출 절차 과정에서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사항까지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상장사 분석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19.5%에 달했다. 5곳 중 1곳은 한계기업이란 뜻이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갈수록 뒷걸음질 치고 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경쟁력(CIP)지수는 2010년 0.42를 기록한 뒤 지난해 발표에서는 0.32까지 내려왔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제조업이 점차 고부가가치형으로 바뀌고 있지만 제조업 부가가치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생산 방식과 제품 구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공급망 고도화와 기술 첨단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적극적 구조조정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전통 산업구조가 대외 정세 변화에 취약한 만큼 이를 해소할 과감한 구조조정과 이를 위한 직접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일부 구조조정을 단행해 경쟁력이 약한 기존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며 “결국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함께 보조금까지 직접 지급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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