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2시간 일하면 20분 휴식' 의무화…각국 폭염 노동자 안전 고심
2인1조 상태 확인·수분 제공 의무화 등…日·佛 올여름부터 대책 시행미국은 연방차원 온열질환 예방지침 신설 추진…독일 "35도 넘으면 작업 부적합"
구정모
입력 : 2025.07.14 06:55:00 I 수정 : 2025.07.14 11:36:16
입력 : 2025.07.14 06:55:00 I 수정 : 2025.07.14 11:36:16

낮 최고기온이 36.7도까지 올라 7월 상순 기온값 신기록이 세워진 7월 9일 오전 광주 서구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온도가 낮은 곳은 푸르게, 높은 곳은 붉게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이번 주부터 폭염 때 2시간 일하는 노동자에게 일정 시간 이상 휴식이 의무화된다.
지난 11일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규제 심사에서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경우 근로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시간을 부여하도록 하는 규정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경북 구미 아파트 공사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숨지는 등 폭염 작업 속 사망이 잇따르자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시급성을 인정한 조치다.
기존 규칙이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의 질병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적절한 휴식 부여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정도로 규정했던 것에 비하면 개정 규칙은 휴식 부여의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의무화했다.
폭염 때 노동자 안전 대책 마련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최근 들어 폭염 때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거나 추진하고 있다.

7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의 폭염 규칙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위로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미국, 연방차원 온열질환 예방지침 마련 중 미국은 지난해 연방정부 차원의 '실내외 작업장에서의 온열질환 예방 지침'(Heat Injury and Illness Prevention in Outdoor and Indoor Work Settings)을 마련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주별로는 미네소타, 캘리포니아, 오리건, 콜로라도, 워싱턴 등이 자체 폭염·고열 관련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연방 차원의 특화된 규제는 없었다.
하지만 작업장 내 온열질환이나 이로 인한 사망자가 늘고 있는 데다가 주별 규제 편차로 근로자 보호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연방 차원의 지침을 만들게 됐다.
추진 중인 지침은 열지수(Heat Index) 기준에 따라 여러 조처를 하도록 했다.
열지수가 화씨 80도(섭씨 약 27도) 이상인 '초기 열 트리거' 때는 모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마실 물과 휴식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휴식 공간은 실외 작업장의 경우 인공 또는 자연적인 그늘을 갖추고 에어컨이 설치돼야 하며, 실내 작업장에는 에어컨과 제습기가 있어야 한다.

2025년 6월 30일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서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노동자가 퐁 드 피에르 다리 보강 현장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을 마시고 있다.[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열지수가 화씨 90도(섭씨 약 32도)를 넘는 '고열 트리거' 때는 사용자 의무 조치가 한층 강화된다.
우선 2시간마다 최소 15분의 유급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
'유급' 휴식은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도 임금이 지급된다는 것을 뜻한다.
휴식시간에는 무급 식사 시간도 포함될 수 있지만 개인보호장비를 벗거나 다시 착용하는 시간, 휴게 구역으로 가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고열 트리거 이상의 상황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근로자의 온열질환 징후를 관찰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작업장 내 근로자들이 서로를 모니터링하는 '버디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감독자 또는 열안전 코디네이터를 둬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징후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작업장에서 혼자서 일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휴대용 무전기, 전화 등 효과적인 양방향 통신수단으로 최소 2시간마다 연락을 취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수분 섭취의 중요성, 필요시 휴식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온열질환 발생 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과 절차, 휴게 구역과 음수대 위치 등을 알려야 하고, 화씨 120도(섭씨 약 49도) 이상인 실내 작업장엔 경고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공청회를 지난 7일 마치고 추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이 있긴 하지만 미국 산업계에서도 온열질환 예방지침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늦어도 내년에 이번 지침이 제정·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7월 3일 울산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건설 현장 내 카페형 휴게공간에 식염 포도당과 분말형 이온음료가 비치돼 있다.이날 울산 전역에는 폭염경보와 폭염 영향예보 '경고' 단계가 발령됐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일본·프랑스도 최근 들어 폭염 대책 시행 시작 일본은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규칙에 해당하는 '노동안전위생규칙'을 최근 개정해 지난달부터 작업장 열사병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선 노동안전위생규칙에 '열사병 발생 우려가 있는 작업'을 규율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열사병 우려가 있는 작업'은 습구흑구온도(WBGT)가 28도 이상이거나 기온이 31도 이상인 장소에서 연속해서 1시간 이상 또는 하루에 4시간 초과 근무가 예상되는 경우로 규정했다.
WBGT는 기온, 습도, 바람 등 인체 열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열 스트레스 지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열사병 우려 작업을 할 경우 근로자가 자각 증상을 느끼거나 동료에게 의심 징후를 발견했을 때 즉시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예컨대 관리감독자가 수시로 순시하거나 근로자가 2인 1조로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는 '버디제'를 운영해야 한다.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당사자를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현장 실정에 맞게 체온을 떨어뜨리고서 작업장 의무실 혹은 지정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폭염이 계속된 7월 8일 경북 고령군 다산면 한 밭에서 농민이 잡초 뽑는 작업을 하다 땀을 닦아내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작업 강도에 따라 예방대책을 시행하는 WBGT 기준값도 다르게 정했다.
타자 치기(타이핑) 같은 낮은 신진대사율을 요구하는 경우 WBGT 30도, 못 박기, 미장, 과일 수확 등 중간 수준의 작업은 WBGT 28도, 삽질, 톱질, 망치질 등 높은 수준의 작업은 WBGT 26도가 기준이 된다.
작업별로 WBGT가 기준 이상이면 사용자는 냉방, 차열막, 환풍기 등으로 WBGT를 낮추고,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수분과 염분을 제공해야 하며, 휴게 장소에 체온계와 체중계를 비치해 근로자가 자신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용자가 이런 의무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엔(약 47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프랑스도 이달부터 폭염 발생 시 사용자의 예방 조치를 의무화했다.
프랑스 기상청의 폭염 관련 황색·주황색·적색경보가 발령되면 사용자는 근무 시간을 조정해 폭염에 노출되는 시간과 강도를 줄이고 휴식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가능한 한 폭염에 노출되지 않거나 노출이 적은 작업 공정을 도입해야 하고, 설비나 동선을 바꿔 햇볕이나 복사열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햇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차광막이나 단열재, 작업장 내 온도를 낮추기 위한 환기시스템 등 열저감 기술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시원한 물을 필요에 따라 늘려야 하고, 특히 건설·토목 현장이나 농·어업 분야는 하루에 최소 3리터의 물을 제공해야 한다.
체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개인보호장비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연합뉴스TV 제공]
◇ 스페인, 2023년부터 폭염 대책 강화…독일은 실내 작업장 온도별 대책 시행 스페인은 이미 2023년 관련 법령을 개정해 폭염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유럽 직업성 질환 및 산업재해 통계·연구 기관인 유로집(EUROGIP)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폭염 관련 주황색경보(기온 37~40도)나 적색경보(40~44도)가 발령되면 사용자가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야외 작업장에서 폭염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조처를 하고, 다른 조치로 근로자의 건강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없는 경우 폭염 기간 특정 작업을 금지하는 것을 포함해 작업 조건을 조정해야 한다.
이런 조치로도 근로자를 보호할 수 없다면 예정된 근무 시간을 단축하거나 변경해야 한다.

7월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긴급 폭염대책 및 택배없는 날 시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폭염기간의 택배노동자 근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시행령(ArbStattV)에 따른 기술 규정(ASR A3.5)에서 실내 작업장 온도가 26도 이상이면 권고 조치, 30도 이상이면 의무 조치, 35도 이상이면 근무 중지 등으로 온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온도가 26도 이상일 경우 ▲ 이른 아침 시간 환기 ▲ 유연 근무 시간 제도를 활용한 작업시간 조정 ▲ 복장 규정 완화 ▲ 추가적인 열 식힘 시간 설정 ▲ 선풍기·천장팬 등 사용 등 8개 조치가 권장된다.
온도가 30도 이상이면 이런 조치가 의무화되고, 35도를 넘어서면 작업하기에 부적합한 공간으로 간주된다.
단, 에어 샤워와 물커튼 등 특단의 기술적 조처를 하거나 열 보호복 같은 전신 단열 개인보호장비를 지급하면 작업할 수 있다.
독일은 실외 작업장을 대상으로 한 기술 규정도 조만간 공표할 예정이다.
pseudojm@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는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factcheck@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도 상위20종목
-
2
카프로, 임원ㆍ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주식수 변동
-
3
에코비트·어펄마·거캐피탈 등, 코엔텍 인수 숏리스트 선정
-
4
외국계 순매수,도 상위종목(코스피) 금액기준
-
5
세종텔레콤(036630) 상승폭 확대 +13.81%, 3거래일 연속 상승
-
6
코스콤, ‘장애 대응’ 체계 전면 점검…24시간 신속 대응 나선다
-
7
현대차(005380) +4.33%, 현대모비스 +2.61%, 기아 +2.18%, 현대위아 +1.65%, HL만도 +0.99%
-
8
DL이앤씨, 5,498.01억원 규모 공급계약(제물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체결
-
9
코스피 기관 순매수,도 상위20종목
-
10
KSS해운(044450) 소폭 상승세 +3.07%, 52주 신고가, 외국계 매수 유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