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자율학교] ⑧ "바다가 교실" 해양 탐구하고 수영도 배우는 태흥초
마을생태학교 지정돼 '海너울 교육과정' 운영…'바다생물 도감'도 펴내
전지혜
입력 : 2025.07.13 09:00:09
입력 : 2025.07.13 09:00:09

[태흥초등학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귀포=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일단 바닷가로 나가니 좋아하죠.
조수 웅덩이에서 바릇잡이(해산물 등을 채취)도 해보고, 바다 생물을 관찰하고 만져보기도 하고, 망원경을 들고 가 탐조 활동도 해보고요." 지난달 19일 제주 태흥초등학교에서 만난 오정미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가 정말 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학교가 지난해부터 제주형 자율학교 유형 중 '마을생태학교'로 운영되며 변화한 분위기를 소개했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도, 여기서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해안을 넓게 끼고 있는 태흥초는 수산자원이 풍부한 마을 특성을 반영해 해양 교육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태흥초의 해(海)너울 교육과정은 '넓은 바다를 향한 학생들의 행복한 배움이 큰 물결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육과정은 크게 '태흥바당', '도전! 수영', '태흥 바당 수호대' 등 3가지다.

[태흥초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우선 학교 특색과목인 태흥바당은 1∼2학년 슬기로운생활, 3∼6학년 과학 과목과 연계해 학년별로 총 34차시(가르쳐야 하는 교과 내용 전체를 시간별로 쪼갠 단위) 운영된다.
1학년은 바다생물에 대해 알아보고, 2학년은 마을을 탐방하고 그림책으로 바다를 알아보는 등의 활동을 한다.
3학년은 해안 조수 웅덩이에 사는 생물을 탐구하고 탐조 활동에 나서며, 4학년은 해녀에 대해 알아보며 마을 해녀들을 인터뷰해보기도 하고, 5∼6학년은 해양 생태계 변화 등에 대해서 배운다.
저학년 때 바다와 친해지는 과정을 거쳐 고학년으로 갈수록 심화된 내용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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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3·4학년 학생들이 1년간 직접 관찰하고 탐구한 내용을 담아 '태흥 바당 생물 도감'을 제작하기도 했다.
도감 1부는 3학년 학생 7명이 지난 4∼10월까지 23회에 걸쳐 진행한 '우리 마을 바닷가에 사는 동물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담았다.
학생들은 조간대 웅덩이에 서식하는 바다 생물과 연안 습지 식물, 해안가에 서식하는 텃새와 철새 등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4학년 학생 16명은 '우리 마을 바닷가에 사는 식품 프로젝트'를 통해 바닷가의 염생식물을 32차례 조사해 표본을 제작하고 그 기록을 도감 2부에 담았다.
학생들은 2학기에 미술 시간과 연계해 자신들이 관찰한 생물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 직접 그린 그림들도 실었다.
올해도 도감 제작을 위해 학생들이 관찰하고 탐구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또한 지난해 1학년 학생들이 바다의 깊이에 따라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을 배우며 직접 그린 그림을 담아 알림장 '바닷속 친구들'을 만들어 전교생에게 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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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수영을 배워보는 '도전! 수영' 특색활동도 하고 있다.
지난해 바다 생존수영 교육을 진행해 호응을 얻은 데 이어 올해는 학교 인근 남원읍 문화체육복합센터와 협약해 센터 수영장에서 수영 실기 교육이 진행된다.
1학기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총 30차시에 걸쳐 수영 교육을 진행해 학생들이 생존수영을 비롯해 다양한 수영 영법을 배우고 실습도 했다.
오정미 교장은 "태흥초 나온 아이들은 다 모든 수영 영법을 익히게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운영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태흥초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학생들은 해양 생태계에 대해 알아보고,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뿐 아니라 마을 해양 환경을 지키는 '태흥 바당 수호대'로도 활동한다.
제30회 바다의 날(5월 31일)을 앞둔 지난 5월 23∼24일 열린 '태흥 바당의 날' 행사에서 학생들은 학교 인근 태흥2리 해안과 옥돔역 일대에서 '바다를 위한 우리의 약속' 캠페인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직접 피켓과 현수막 등을 준비해오고, 해양환경 보호 구호도 외쳐봤다.
'바다에 쓰레기가 있으면 모른 척 하지 않고 꼭 줍겠습니다',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습니다', '업사이클링을 잘 실천하겠습니다' 등 저마다의 다짐을 적어 보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엄마, 아빠와 함께 해안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도 했다.
이와 함께 바다 체험 활동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엄마·아빠와 함께 바릇잡이와 고망 낚시 등을 체험해보고, 조수 웅덩이에 서식하는 생물들도 관찰해봤다.
이어 저녁에는 학교 체육관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김밥을 만들어 먹고, 단체 레크리에이션도 하는 등 신나는 파자마 파티 형식의 인성 캠프가 진행됐다.
아이들은 엄마·아빠와 함께 낚싯대를 만들어 낚시를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고, 학부모들도 아이와 바다를 주제로 교감하며 가까워질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하는 등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촬영 전지혜]
이 밖에도 교육과정 전반에서 바다를 소재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1∼2학년은 '1학생 1악기' 교육으로 바다와 잘 어울리는 악기인 오카리나를 배워서 학교 행사 등에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학년별 교실과 복도 등 교내 곳곳은 학생들이 채집해 온 바닷가 식물 표본, 폐부표를 활용해 바닷속 세상을 표현한 작품들, 해양보호 구호를 적은 포스터 등으로 꾸며졌다.
6학년 학생들은 자율학교 특색교육과정 국외체험연수로 지난달 18∼21일 일본 오사카 탐방에 나서 가이유칸 수족관과 오사카국제박람회장 등을 찾아 해양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해양자원 활용 모습을 탐구해보기도 했다.
오정미 교장은 "바다를 소재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바다와 가까워지고 있다"며 "아이들이 해양 박사이자 해양 보호에도 앞장설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바다가 도전, 꿈, 희망 등을 상징하는 만큼 넓은 바다처럼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촬영 전지혜]
atoz@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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