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장바구니물가 비상···배추·수박 일주일새 20% 급등

이지안 기자(cup@mk.co.kr)

입력 : 2025.07.13 15:48:08
히트플레이션 현실화
채소·과일값 두 자릿수 상승
여름 대표과일 멜론 1만원 넘어
광어·우럭 등 수산물값도 껑충
기재부 14일 물가차관회의


13일 서울 한 대형마트 수박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른 폭염으로 물가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서민 먹거리 물가, 밥상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수·축산물 할인 지원을 예산을 풀어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이상 기후에 따른 물가 불안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박 소매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개당 평균 2만9115원으로, 일주일 전 대비 22.5% 급등했다. 평년 가격 대비 38.5%, 1년 전보다도 36.5% 높은 수준이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2만3000원대였던 수박 값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날마다 치솟고 있다.

유통업계는 고온과 강한 햇볕이 수박 생육에 악영향을 주면서 당도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기준치 이상의 출하 가능한 물량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무더위로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계속 뛰고 있다.

배추 소매가격도 4309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27.4% 올랐다. 지난 9일까지만 해도 3700원대였던 가격이 이틀 새 600원 넘게 뛰며 4000원 선을 넘어섰다. 무 가격 또한 최근 사흘간 오름폭이 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폭염 영향으로 배추와 무 생육에 지장이 있는 상황”이라며 “무의 경우는 낮 시간대 작업이 어려워 출하량이 줄고 시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히 김치용 배추는 대형 소비처가 미리 물량을 확보해둔 덕분에 작년처럼 큰 수급 불균형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멜론 역시 가격 상승세를 피하지 못했다. 현재 개당 평균 소매가격은 1만76원으로, 전년 대비 21.7%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폭염이 농작물 생육 환경을 악화시키면서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히트플레이션은 폭염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이상기온이 농산물 작황에 영향을 미쳐 일정 시차를 두고 전반적인 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폭염에 따른 먹거리 물가 상승은 반복되는 이슈다. 33도 이상 폭염일이 31일에 달하며 역대 최악의 더위를 기록한 2018년 여름 상추(9월 44.3%), 시금치(70.5%), 미나리(54.8%), 무(10월 34.4%), 당근(48.8%) 등 채소류 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과실류도 수박(38.1%), 복숭아(28.8%), 참외(25.8%) 등이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은 여름을 넘어 가을과 겨울 채소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9월부터 12월까지 채소 물가 상승률은 각각 11.5%, 15.6%, 10.4%, 10.7%로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특히 배추(9월 53.6%), 무(12월 98.4%), 열무(10월 49.4%), 당근(12월 65.5%) 등 김치 재료값이 폭등하며 겨울철 김장 비용 부담도 크게 늘었다.

수산물 가격도 고수온의 영향권에 들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광어 도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4.0% 오르며 1만9300원, 우럭은 41.8% 올라 1만612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한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폭염으로 먹거리 물가가 치솟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14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해 최근 가격 상승 품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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