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 러시아 '변수'…라브로프, '한미일 협력'에 견제구

라브로프 "남북 대화, 北 관심사에 대해서만 지원할 것"…'뒷배' 자처러 "北 현 지위 부정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국, 대러관계 개선 더 중요해져
이은정

입력 : 2025.07.13 16:33:54 I 수정 : 2025.07.13 16:45:22


김정은, 러 외무 라브로프와 전용요트서 회견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와의 회담장면을 조선중앙TV가 13일 방영했다.화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요트에서 라브로프 외무상과 회담을 하는 장면이 송출됐고 회담을 마치고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환송하는 장면이 담겨있다.[조선중앙TV화면] 2025.7.13 [국내에서만 사용가능.재배포 금지.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러시아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관계 개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원산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입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도 북한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임을 확약하는 한편 한국을 향해 남북관계를 위해선 한미일 연대에서 이탈할 것을 주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12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원산에서 회담한 뒤 가진 회견에서 남북 관계 회복을 도울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틀 내에서만, 그리고 북한이 관심을 둔 문제에 대해서만 행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우리는 구체적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행동은 한국의 전 대통령, 전 행정부 때와 같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행동은 핵 요소를 포함한 군사 훈련이 증가하고 있는 한국·일본·미국의 삼각 동맹이 발전하는 가운데 있다"며 "이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적 안정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발송을 적극적으로 말리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음에도 그걸로는 부족하다면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새 정부 들어서도 한미일 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면 이것부터 중단하라고 이재명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런 발언이 방북 중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생각인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라브로프의 입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러 외무장관 라브로프 접견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2025.7.13 [국내에서만 사용가능.재배포 금지.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북러외교장관회담 뒤 나온 공보문에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공보문에서 러시아 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현 지위를 부정하려는 임의의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국가의 안전과 주권적 권리를 수호하려는 조선 측의 정당한 노력에 대한 확고부동한 지지"를 표명했다.

'현 지위'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투명하지만,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흔들지 말라는 뜻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염두에 둔 반응일 가능성도 있다.

임 교수는 "러시아가 동맹국인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지지하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과 협상력 제고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한다"며 "향후 남북대화에서도 러시아 변수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도 "미북 대화 및 남북 대화 재개에 있어 사실상 중재자 선언"이라며 "향후 남북 관계에 있어 북한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 러 외무장관 라브로프 접견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2025.7.13 [국내에서만 사용가능.재배포 금지.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우리로선 대 러시아 관계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냉랭해졌던 한러관계는 북한의 러시아를 위한 파병 이후 더 차가워졌다.

러시아와 관계가 호전되면 우리의 의사를 러시아를 통해 북한에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남북관계에 더는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a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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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밀착 또 과시…트럼프 경고에도 우크라 공세강화/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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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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