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기준금리 동결 선택한 한국은행
전경운 기자(jeon@mk.co.kr)
입력 : 2025.07.10 22:00:23
입력 : 2025.07.10 22:00:2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나섰던 한은이 부동산 시장 과열로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돌입한 대목이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에는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올해 5월에 이어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에 대해 “지난 5월 이후 정책 여건의 가장 큰 변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확대되면서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크게 높아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을 통해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함으로 주택 시장의 과열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소비·건설 투자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정책 영향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며 통화정책의 최우선순위를 경기 부양에 두어 왔다. 그러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가계대출도 급증하자 이번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금융 안정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 총재는 한국 부동산 상황에 대해 여러 우려를 쏟아냈다. 그는 “가계부채 수준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90%에 가깝게 올라가서 더 이상 커지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지금 수준에도 이미 소비와 성장을 많이 제약하는 임계 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총재는 “수도권에 집중돼 집값이 올라가는 속도는 지난해 8월보다 빠르다”며 “지금이 더 경계감이 심하다”고 진단했다. 당시 한은은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실기론’을 무릅쓰고 금리를 동결한 뒤 증가세가 잡히는 것을 확인하고 그해 10월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는 지난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바로 잡힐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정부의 과감한 정책은 높게 평가하고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지금은 그렇게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 상승이 번져나가면 젊은 층 절망감부터 시작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8월이면 해결될 수 있느냐는 어려운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은은 국내 상황에 대해 건설 투자 감소가 이어졌지만 소비가 개선되고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성장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영향으로 소비 회복세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대미 무역 협상 상황이나 내수 개선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관세는 관세대로 크게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은 안 잡히면 금융 안정과 성장의 상충 관계가 매우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멕시코, 캐나다 등 주요 해외 생산 기지와의 관세 협상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대다수 국가에서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고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서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에는 이 국가들을 통한 간접 효과가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수출 둔화 효과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 내부 의견과 관련해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현재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고, 나머지 2명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라고 전했다.
금리 유지 의견에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다시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은은 안정된 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분간 낮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 위험이 급증한 데다 관세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추가 인하 시기와 폭은 향후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별도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확장기가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대중화 때와 비슷하게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번 확장기가 인공지능(AI) 인프라스트럭처와 기기 수요에 힘입어 지속 중인 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등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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