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확 줄어든 K코인 韓 가상자산시장 주도했지만 각종 규제로 시장 침체된데다 사기 사건 잇따르자 상장 줄어 코인결제 준비하던 페이코인 블록체인 게임 넥슨도 해외로 거래소 블록체인 투자 어려워 두나무·빗썸 부동산 투자 집중
"국내 프로젝트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A대표는 "아무런 기술도 없는 해외 밈코인은 쉽게 상장되는데,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국내 상장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2017년 토큰공개(ICO) 열풍 이후 '김치코인'이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붙었다. 당시에는 실제로 사기가 적지 않았다. 김치코인뿐 아니라 전 세계 가상자산 프로젝트 중 대부분이 제대로 된 개발 인력 없이 기존 코드를 복제한 형태로 상장되곤 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를 겨냥한 프로젝트가 많아 김치코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는 2017년 9월부터 ICO가 금지되어 있다. 국내 업체가 국내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시키려면 해외에서 발행한 뒤 국내 거래소에 맞는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당국이 국내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 상장 코인을 문제로 꼽는 것도 국내 거래소들이 신규 코인 발굴에 나서지 않는 배경이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반면 미국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백악관에 디지털자산 총괄책임자인 '크립토 차르'를 두고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나섰다.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가 미국 상원을 통과했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이 미국 증시에 상장돼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2017년에 머물러 있다. 암흑기가 길어지면서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상당수가 사실상 한국을 떠났다. 국내 게임사 넥슨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넥슨 유니버스 글로벌'과 블록체인 전담 법인 '넥스페이스'를 설립했다.
넥스페이스는 '메이플스토리'의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게임 '메이플스토리N'을 지난달 출시했다. 또 넥스페이스 법인을 통해 NXPC 토큰을 발행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기반 결제 사업을 확대하던 다날의 '페이코인'도 국내 사업을 중단하고 해외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결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페이코인은 특히 김치코인 차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페이코인은 한때 국내 규제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기존 국내 결제 사업을 포기하면서 오히려 원화 실명계좌 발급 및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국내 거래소 상장이 유지됐다.
업계에서는 한국 블록체인 산업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가상자산거래소가 블록체인 사업에 투자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블록체인 산업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이다.
두나무는 한때 유망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는 목표로 투자 전문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를 설립했지만 법인 투자를 불허하는 규제로 실질적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코인거래소들은 번 돈으로 건물 사는 데 집중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빗썸은 최근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강남N타워를 매입했다. 두나무도 과거 강남역과 삼성역 인근 빌딩을 매입했다.
반면 미국 1위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산하 벤처캐피털(VC)인 코인베이스벤처스를 적극 운영한다. 코인베이스벤처스는 2018년 설립 이후 인프라스트럭처와 보안, 디파이(DeFi), 대체불가토큰(NFT), 커스터디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수백 곳에 투자를 진행했다.
또 코인베이스의 운영 경험과 유통,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창업자를 지원하고 있다. 2021년 출범한 크라켄벤처스 역시 투자와 기술 자문, 사업화 네트워크, 상장 연계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 또한 바이낸스랩스를 운영한다. 바이낸스랩스는 지난해 투자 거래 46건을 진행했으며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 프로젝트에 균형 있게 투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