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엠블록컴퍼니] 지난 13일 중동에 또다시 포성이 울려퍼졌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의 핵 군사시설에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는데요. 작년 9월 헤즈볼라와의 전쟁 이후 약 9개월만에 다시 발생한 중동지역 분쟁입니다. 중동 지역의 갈등이 날로 높아지면서 지정학적 분쟁과 갈등, 그리고 위기도 계속 심화되는 형국입니다.

지정학적 위기가 찾아오면 금융 시장에서는 가장 먼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구요. 안전자산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지정학적 위기의 반사 이익을 보는 자산이 어떤 것인지 찾게 되죠. 일단은 자기 자리를 수습한 다음에 기회를 찾는 순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창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비트코인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금’ 공인받기에는 아직 머나먼 길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비트코인은 단기 약세를 보였습니다. 10만8000달러대를 기록 중이었다가 공습 소식이 알려지면서 단숨에 10만3000달러대로 4%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후 10만3000달러와 10만5000달러 사이에 머무르다가 16일 10만5000달러를 넘어 하락분을 만회했습니다.

이같은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은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의 행태에 가깝습니다. 같은 기간 금은 전형적인 안전자산으로서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13일 금 현물은 0.9%, 선물은 1% 각각 올랐습니다. 비트코인과는 다른 움직임입니다.

올 초만 해도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며 경기 불안과 그에 따른 자산 가치, 특히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방어 논리로 주목받았던 비트코인인데요. 이번 지정학적 위기에서는 아직까지도 안전자산으로의 지위가 불안함을 노출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변동성 제어는 영원한 숙제

가장 첫손에 꼽히는 이유는 여전히 높은 변동성입니다. 비트코인의 고변동성은 사실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닙니다.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 기술의 고유 특성부터 시작해 ETF 출시에도 불구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대다수인 현물 시장이 전체 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투자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파생 상품 또는 구조화 상품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이 큰 변동성의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또 지정학적 위기 중에서도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비트코인의 대체 자산 특성을 부각시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는 우크라이나의 피난민들의 수요로 비트코인이 잠깐 급등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같은 경우에는 비트코인의 대체 자산 특성이 주목받기가 용이합니다. 엘살바도르 등에서 비트코인을 축적하는 것과도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분쟁은 미국과의 연관성이 깊고 국가들끼리의 경제적 연계가 커 단일 국가의 고립으로 귀결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따라서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 자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시장에서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단기 하락보다는 이후 회복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습 이전 한때 11만달러를 넘어서면서 고점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위기는 대규모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수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며칠만에 다시 10만7000달러를 회복한 것으로 보면 이번 사건보다는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등과 같은 구조적인 요인에 투자자들이 주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시각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거시경제 변수를 살펴보는 것이 현재의 비트코인 투자에 더 필요한 덕목이겠습니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yykim@m-block.io), 전성아 엠블록 연구원(jeon.seonga@m-block.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