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된 시총 1조 코스피 상장 요건

남준우 기자(nam.joonwoo@mk.co.kr)

입력 : 2025.06.18 17:11:54 I 수정 : 2025.06.18 19:33:37
토종 유니콘 발굴 육성위해
적자 상태도 상장할 수 있게
2021년 '시총 단독요건' 신설
수요 예측서 1조 안되면 불가
상장성공 LG엔솔·엘앤에프뿐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더욱 깐깐해지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요건' 상장 제도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쿠팡에 이은 '한국판 유니콘'을 발굴하기 위해 만든 제도지만 거래소가 최근 해당 요건으로 상장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1분기까지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은 총 19곳이다. 이 가운데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곳은 8곳이다. 6곳은 예비심사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같은 시기에는 예비심사 철회가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철회율이 약 30%에 불과했다.

2분기에는 총 37곳이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4곳이 심사 승인을 받았는데 모두 상대적으로 심사 난도가 낮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18일 기준 아직 예비심사 단계를 진행 중이다.

최근 거래소 심사가 예년 대비 훨씬 깐깐해졌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과거에는 기술력만으로도 심사 통과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실적, 시장성, 수익성 등 종합적인 평가가 강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 중 매출 100억원 내외는 지투지바이오, 뉴로핏, 그래피 등 단 3곳뿐이다. 이 중 지투지바이오와 뉴로핏은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이 아니라 매출특례상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기업의 재무제표와 실적 등 구체적 수치를 요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총 요건 제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코스피 시총 요건은 2021년 쿠팡이 나스닥 상장을 선택한 이후 국내에서도 유니콘 기업을 유치하자는 명분하에 생긴 상장 요건이다.

적자 기업이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총이 1조원만 넘으면 다른 재무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증시에 상장할 수 있게 했다. 당시 거래소는 기존 '시총 6000억원·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 요건도 '시총 5000억원·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요건을 활용해 코스피에 상장한 사례는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2024년 엘앤에프뿐이었다. 마켓컬리, 토스, 야놀자 등이 해당 요건을 논의한 적이 있으나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수요 예측 결과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는 분석이다. 해당 요건에 따를 경우 수요 예측에서 부진해 공모가 기준으로 시총 1조원을 달성하지 못하면 곧바로 철회 수순을 밟아야 한다. 상장 이후 등락에 따라 거래소에 상장 책임에 대한 화살이 겨눠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도 현재 해당 요건으로 코스피에 상장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해당 방식을 추진하기보다는 몸값을 낮춰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추천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가 코스피 시총 요건보다는 몸값을 줄여 코스닥에 입성하는 방향을 추천하는 분위기"라며 "재무제표가 좋지 않은 회사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지기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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