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심에서 벗어나자” 말은 좋은데 실효성 관건....국정기획위 해설서에 담긴 내용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입력 : 2025.06.18 14:56:50
78%가 부동산…기형적 자산 구조 고치나
정부, 자금 흐름 체질 개선에 승부 건다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가 부동산 중심의 금융자금 흐름을 산업·자본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해설서를 통해 벤처·중소기업 지원 확대, 자본시장 강화, 금융정책 조직 개편 등의 방안을 담은 금융개혁 로드맵을 공개했다.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실제로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흘러들게 하기 위해선 정책 설계와 실행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국정기획위가 배포한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 해설서에 따르면, 한국 금융의 고질적 문제는 자금이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과 가계대출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데 있다고 국정기획위는 분석했다.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고, 가계는 과도한 부채 부담과 부동산 가격 급등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78.6%에 달해 미국(28.5%)·일본(37%)·영국(46.2%) 등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부동산 과잉’ 구조는 단순한 자산구성 문제를 넘어, 가계부채 급증과 금융 불안정성, 중소기업 자금난으로 연결되는 구조적 병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부동산이 아닌, 자본시장·벤처·기술 산업으로 자금이 흐르는 구조 전환’을 금융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전략형 국부펀드’인 국민펀드 신설이 추진된다.

정부와 국민이 공동 참여하는 이 펀드는 AI, 반도체, 딥테크, 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 집중 투자해 TSMC나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국민이 펀드를 통해 투자하고, 정부는 모펀드를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할 산업군에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단순히 기반 시설에 돈을 나눠주는 데 그치지 않고, 유망 기업에 선택적으로 집중 투자해 크게 키우는 방식으로 우리 경제의 자본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성공한 기업에서 생긴 이익은 국민에게 배당 형태로 돌려줄 수도 있다는 구상이다.

국정기획위는 이와 함께 지분투자형 R&D 지원 확대 등 벤처금융 인프라 정비도 병행한다. 초대형 IB의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벤처 투자 초기비중 회복도 추진한다. 실제 2001년 70%를 넘던 초기 투자 비중은 2024년 기준 20% 미만까지 하락한 상태라고 국정기획위는 지적했다.

이처럼 민간 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하려면 정책 설계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금융정책·감독 체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기획위는 단순히 자금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 개편도 병행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현행 금융위원회 중심의 구조에서는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이 한 조직 내에서 혼재돼, 정책 추진의 독립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위는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로,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로 이관하는 기능 분리형 조직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식 시장 활성화 등에 대비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도 함께 강화된다. 국정기획위는 금융감독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소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대부업법,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 업무 등을 담당하며, 소액 분쟁에 대해서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도 검토된다. 이는 일정 금액 이하 분쟁에 한해 금융회사가 분쟁조정 결과를 반드시 따르도록 하는 제도다.

부동산과 가계대출로의 자금 쏠림을 억제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대책도 강화된다. 국정기획위는 가계 또는 부동산 부문에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리스크 완화를 위해,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부문별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sSyRB) 등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금융회사가 가계·부동산 부문에 대출할 때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도록 유도해 자금 과잉 공급을 방지하는 장치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도 추진된다. 현재 국내 은행의 주담대 위험가중치는 약 15% 수준이지만, 홍콩·스웨덴 등에서는 이를 25% 이상으로 상향한 사례도 있다고 국정기획위는 해설서를 통해 설명했다. 국정기획위는 은행이 주택대출보다 기업대출을 선호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 기반의 유인 구조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같은 금융개혁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 전환 과제인 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았다고 하더라도 실제 민간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움직이기 위해선 투자 수익성, 제도 신뢰도, 유동성 확보 등 시장 인프라 전반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며 “단순한 정책 발표에 그치지 않고, 제도 설계의 정교함과 현장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자금 흐름의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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