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파머] ⑦ 해외영업맨에서 오이 총각으로…주용석씨

고령화로 농가 줄어드는 구례서 오이 도전 "수익·삶 만족도 UP" "초기 비용 부담 장벽을 낮춰주면 청년에게 좋은 기회"
장아름

입력 : 2025.05.31 07:00:06
[※ 편집자 주 =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Smart farm)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리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설정해 농작물을 경작하는 스마트팜은 누구나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파머(Smart farmer)는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격주 단위로 10회에 걸쳐 전남지역의 스마트 파머를 소개합니다.]

오이 스마트팜 운영하는 청년 농부 주용석씨
[주용석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구례=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비행기 타고 해외를 누비던 시절보다 오이 농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지금이 훨씬 자유로워요." 주용석(40)씨는 서울에서 10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23년 전남 구례에 정착한 초보 농부다.

제조업 분야 해외 영업을 하며 언젠가 자신만의 사업을 하리라 꿈꿨던 주씨는 정부의 청년 창업 정책을 찾아보다가 스마트팜을 접했다.

오이는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지만 연중 생산 및 수요 편차가 크지 않고 농촌 고령화로 재배 농가가 많지 않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주씨는 다른 지역에서 전원생활을 하던 부모님을 설득해 아버지의 고향 구례에서 함께 오이 농장을 만들기로 했다.

2023년 6월 구례에 내려와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오이 심기를 배워나갔다.

주씨는 "막상 해보니 오이 농사는 자동화하더라도 사람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노동집약적인 일이었다"며 "어르신들은 애호박으로 품목을 돌렸고 오이 농사짓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어 비전도 괜찮을 것 같아 시설 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토경 재배 방식에서 벗어나 수경재배로 양액을 공급하고 레일에 바구니를 위에 올린 채 걸어가면서 오이를 수확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을 만들었다.

스마트팜 작업
[주용석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온 가족이 처음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오이는 성장 속도에 맞춰 관수량과 온도·습도를 잘 조절해야 하고 일교차가 클 때면 사람이 감기에 걸리듯 노균병에 걸리기도 쉬워 세심하게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주씨는 "첫해에 병충해 등을 겪으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께 많이 문의했는데 흔쾌히 와서 직접 상태를 보고 조언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떠올렸다.

주씨의 일과는 보통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오전 10시 30분 정도까지 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한낮에는 휴식을 취한 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오후 작업을 한다.

봄·여름에는 한 달, 겨울철에는 두 달 주기로 찾아오는 오이 수확 때는 야간작업도 하지만 주씨는 스스로 일을 계획해 나갈 수 있어 직장 생활보다 자유롭다고 전했다.

그는 "오이는 수확 시기를 하루만 놓쳐도 망가질 수 있어 수확 철에는 아기를 키우듯 붙박이처럼 일하지만, 오이를 심은 직후 2주나 휴지기에는 여유가 있어 여행도 하고 여가를 즐긴다"고 말했다.

또 "어려움은 있었지만, 직장에 다닐 때보다 수익이나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며 "생각보다 판로 확보가 쉽지 않지만, 직거래 등이 늘어 지금 규모의 두배로 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구례 취청오이
[주용석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주씨는 초기 비용 부담 장벽을 조금만 낮춰주면 스마트팜이 청년이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시설 설치에 4억5천∼5억원 이상이 드는데 정부의 저리 대출 지원 사업은 일반적으로 3억원까지만 가능하고 5억원까지 받으려면 담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씨는 "스마트팜은 통풍과 환기가 잘되도록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훨씬 높게 지어야 하고 무인 방제기나 양액 공급 시스템도 구축해야 해 현실을 반영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더 많은 청장년이 농촌으로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reu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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