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은 美 해군 전력 강화 최적 파트너…수리·정비 분야부터 실적 쌓아가야”
남궁선희 매경비즈 기자(namkung.sunhee@mkinternet.com)
입력 : 2025.05.26 14:03:29 I 수정 : 2025.05.27 15:39:53
입력 : 2025.05.26 14:03:29 I 수정 : 2025.05.27 15:39:53
美 국방조달시장 전문가, 김만기 KAIST 교수를 만나다
“미국 국방 조달사업에서 정부 역할이 중요합니다. 조선 관련 공급망 구축을 통해 경제적 실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경제 안보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국 조선업에 천우의 기회가 왔다고 한다. 미국이 해군력 증강을 핵심으로 조선산업 재건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우방국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산업을 보유한 한국이 주요 협력 파트너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기대에 불과하다. 미국이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더욱 치밀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국방조달사업 경험자로 정통한 국내 유일의 미 국방 조달 전문가인 김만기 KAIST 방산수출과정(DEDP) 책임교수를 만나 미국의 해군력 증강 정책 방향을 짚어보고, 한국 조선업이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들어봤다.

A. 미 의회예산국의 ‘2025년 미 해군 함정 건조 계획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현재 295척인 군함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향후 30년간 함정 건조 예산으로 연평균 358억 달러, 총 1조 750억 달러가 소요될 예정이고요. 여기에 정비·수리·점검 등 MRO 연간 예산 120억 달러까지 더하면, 미국 해군의 전략화 사업은 연간 478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에서 방산 분야 품목 중 최대 규모의 조달시장으로 평가됩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이 놓쳐서는 안 될 기회입니다.
Q. 미국 조선소들이 해군의 함대 확장 계획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가요?
A. 미 해군은 2054년까지 군함 381척, 무인 함정 134척, 총 515척 규모의 함대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향후 3년간 퇴역하는 함정이 취역하는 함정보다 더 많아, 현재 295척인 군함 수가 2027년에는 283척으로 오히려 줄어들 전망입니다. 이로 인해 향후 신조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헌팅턴 잉걸스, 제너럴 다이내믹스, 오스탈USA 등 미국 주요 조선소들은 시설 노후화, 전문 인력 부족, 공급망 제약 등으로 미 해군이 요구하는 수준의 함정을 예산 범위 내 적시에 공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 해군력의 약화는 단순히 함정 숫자의 문제를 넘어, 산업기반의 구조적 한계, 인력난, 공급망 불안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Q.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조선업과의 파트너십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있나요?
A. 미 해군은 중국의 해군력 강화과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함정 신조와 MRO 역량을 대폭 확대해야 하지만, 미국 내 조선소만으로는 수요를 정상적으로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 객관적인 현실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신속하고 효율적인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은 미국이 해군력 증강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파트너입니다.
“미 해군의 함정 정비(MRO) 지연은 한국에 기회”
Q. 미국의 해군력 강화 전략이 지속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갖춰져 있습니까?
A. 2024년 1월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방위산업 생태계 현대화를 위한 종합적인 청사진인 국가방위산업전략(NDIS)이 핵심적입니다. 이 전략은 공급망의 회복탄력성 강화, 첨단 기술과 인력 양성, 유연한 획득 체계 확립, 민간 부문과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방위산업의 기반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국가방위산업전략 실행계획(NDIS-IP)도 마련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억제력 강화, 생산 및 공급망 확충, 동맹국과 파트너십 강화, 대응 역량 및 인프라 현대화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Q. 한국 조선업에 지속적인 수주 성과로 연결되는 정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A. NDIS, NDIS-IP의 실질적인 운영 메커니즘으로, ‘지역 유지 보수 프레임워크(RSF)’가 있습니다. 이는 중앙 집중형 정비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작전 지역 인근에서 신속하게 장비를 정비·수리할 수 있는 분산형 MRO 네트워크 구축을 핵심 목표로 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의 파트너십 강화, 공급망 최적화, 산업 기반 통합을 통해 적시에 MRO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바로 한국 조선업과의 전략적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 됩니다.
Q. 미 해군 함정의 정비(MRO) 적체가 심각하다고 하던데, 어떤 상황인가요?
A. 매년 130~150척의 미 해군 함정이 정기적으로 정비 대상이지만, 시설 노후화와 전문 인력 부족으로 적시에 MRO가 이루어지지 않아 40% 정도만이 정상적인 정비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32척의 수륙양용 전함 중 절반이 정비 지연으로 임무 수행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황이며, 버지니아급 잠수함 10척 이상도 정비 적체로 대기 중이어서 해군의 핵심 전력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한국은 미 해군 함정의 어떤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A.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미 해군의 MRO 사업 계약 규모는 연평균 26.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누적 약 122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다만, 미국 영토에 모항을 둔 함정의 정비는 미국 영토에서 수행하도록 규정한 연방법에 따라 전체의 97%는 북미에서 이뤄집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MRO 사업은 일본에 모항을 둔 7함대(18.8억 달러), 중동에 모항을 둔 5함대(3.3억 달러), 그 외 모항이 미지정된 함정을 포함해 약 43억 달러 규모로 추산해 볼 수 있습니다.
Q.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 MRO 을 수행할 역량은 충분한가요?
A. 한국의 중소형 선박 수리업체들은 그동안 미국 소형 군수지원함에 대한 MRO를 꾸준히 수행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 3년간 국내 업체의 수행 실적이 73% 급증한 것은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욱이, 올해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4만 톤(t)급 미 해군 군수지원함에 대한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출항시킨 바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은 한국 조선업계가 미 해군 함정의 MRO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합니다.
Q. 한국 조선업이 미국 국방부 MRO 입찰에 들어가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요?
A. 미국 국방부 입찰에 들어가려면 연방조달규정(FAR), 국방조달규정(DFARS) 등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제안서를 작성하고, 엄격한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실적 증명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MRO 사업 실적을 축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한 신조 사업 참여가 가능해질 경우를 대비하여 도면, 세부 사양을 열람할 수 있는 미국 국방부 시설 비밀 등급(Facility Clearance Level)의 획득은 필수입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는 성공적인 수주 전략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韓 조선의 가격경쟁력 미국의 절반 수준”
Q. 한국 조선업이 미 해군 함정 신조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A. 한국 조선업이 미 해군 함정 신조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현행 연방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미군을 위한 함정이나 그 주요 선체 부품은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예외 규정도 존재합니다.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의회에 통보 후 30일이 지나면 이 금지 조항을 면제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 해군력 증강과 미국 조선업의 역량 부족,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할 때, 한국과 같은 동맹국 조선소의 참여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실제로 미 의회와 정부 내에서도 관련 법 개정이나 예외 적용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Q. 한국 조선업이 미 해군 신조 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경쟁력은 충분히 갖췄나요?
A. 한국 해군의 정조대왕함(1만t 이상) 건조 비용은 약 1조 3000억원인 반면,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프라이트III 구축함(9900t)은 2조 7000억원~3조 6000억원에 달합니다. 또한, 미국은 숙련 인력 부족과 낮은 생산성 등으로 인해 건조 기간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한 반면, 한국은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건조 기간을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한미 정부 간 경제 안보 협력 프레임 내에서 수주 협상을”
Q. 정부가 한미 정부 간 협력 프레임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정부는 한미 간 공급망 구축을 통해 경제적 실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미 군사 동맹을 경제안보 협력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주요 전략산업의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 한미 간 공동 투자와 기술 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 조선업이 미 해군 전략화 사업에 본격 참여하려면 성능 개량과 기술 혁신을 위한 단계적 R&D 참여가 필수입니다. 기술협력 노력도 절실합니다. 양국 간 군수품 무관세 무역과 R&D 협력 활성화를 위해 상호국방조달협정(RDP MOU)을 체결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Q. 한국 조선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요?
A. 미 해군 조달을 위한 MRO 분석서 발간해 한국 기업이 수행 가능한 업무 중심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군함 신조 및 MRO를 연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선정해야 합니다. 특히, NDIS, NDIS-IP, 그리고 RSF에서 다루고 있는 MRO 사업과 연계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패키지화한 종합적인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합니다.
Q. 정부와 기업간 협력도 중요해 보이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A.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기업 간 상호 보완적 장점을 최대한 결집한 ‘Korea One Team’ 구성을 통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 간의 가치 창조 시너지 창출을 통해 불필요한 과다경쟁 피하고 국가경쟁력에 높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책적 지원, 제도 개선, 연구개발 지원 등 정부의 역할과,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전략적 실행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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