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7개월 만에 최저…지난주 원화 절상폭 주요 통화 중 2위

한미 협의·달러 약세에 1,360원대로…달러 대비 원화 가치 2.45%↑"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관세 협상·통화 정책 등 관건"
민선희

입력 : 2025.05.25 06:03:00


딜링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민선희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1,360원대를 찍으며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 주 만에 2.45% 상승하면서, 유로화·엔화·위안화·대만달러 등 주요 통화 중 두번째로 강세를 기록했다.

한미 환율 협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화 절상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고,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재정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달러가 약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한미 관세 협상, 통화 정책 불확실성 등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 원/달러 환율 7개월 만에 최저…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한 주 새 2.45%↑ 2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366.5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6일(1,364.5원)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과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급등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환율은 지난 14일 한미 환율 협의 소식에 1,420원대에서 1,390.8원까지 순식간에 밀렸다.

이후엔 지난 16일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21일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 부진 등 충격이 더해지며 지난주 내내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환율은 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주 내내 하락했다.

원화는 주요 통화와 비교해서도 절상 폭이 컸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23일 야간 거래 종가를 기준으로 한 주 새 2.45% 올랐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통화 중 유럽연합(EU) 유로(+1.77%), 일본 엔(+2.13%), 영국 파운드(+1.94%), 스위스 프랑(+2.07%), 캐나다 달러(+1.69%)는 원화보다 강세 폭이 작았다.

원화보다 더 절상된 통화는 스웨덴 크로나(+2.51%) 정도다.

태국 밧화(+2.40%), 호주 달러(+1.44%), 중국 역외 위안(+0.51%), 대만달러(+0.85%) 등 아시아 통화도 강세였으나, 원화만큼은 아니었다.



통화별 등락률 비교
[연합인포맥스 화면 캡처]

◇ 미국, 원화 절상 요구할까…美 '강달러' 좋다지만 시장은 '원화 강세' 베팅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환율협상은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린 요인 중 하나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원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면서 원화가 강세 압력을 받은 것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강달러 정책 유지를 공언하며, 약달러를 위한 비밀 통화 협정 추진설을 일축했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팟캐스트에 출연해 "강달러는 미국에 좋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미국과의 환율 협의는 실무 단계에서 진행 중이며 다양한 협의 의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이 아시아 통화 절상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이 유지되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 간 무역협정에서 통화 절상에 관한 입장은 통화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시장접근론적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대한 아시아 주요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관리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핵심적 입장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역 수지 흑자 축소 관점에서의 접근은 궁극적으로 환율 절상 압박이 될 것"이라며 "시장이 이 부분을 사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환율 정책을 논의했다는 자체만으로 시장에 통화 절상 기대를 형성하기에는 충분하다"며 "미국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조치가 없더라도, '절상 압박'이나 '환율 협의' 같은 뉴스나 루머 그 자체가 시장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국 달러
[촬영 황광모]

◇ 美 재정 우려 부각되며 달러 약세…"달러 자산 신뢰 하락" 지난주 달러 약세도 두드러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3일 장 중 99.042까지 내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재정 우려로 달러 자산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시장 신뢰를 훼손한 측면도 있지만 미국 재정적자 문제도 시장 심리의 임계점을 넘은 듯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미국 감세안이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에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높은 수익률이 채권 수요를 뒷받침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더 악화해 미 국채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도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이후 미 정부부채 증가 우려가 부각됐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1일(현지시간)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미 국채 경매에서 20년물 국채의 표면 금리는 2020년 20년물 재도입 후 최고인 5%를 기록했다.

시장 불확실성 속에 투자자들이 장기채 투자에 더 많은 수익률을 요구한 것이다.

환율
[연합뉴스 자료사진]

◇ "환율 당분간 더 하락할 수도…관세 협상·통화 정책 등이 핵심 변수"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낙원 FX파생전문위원은 "한미 환율 협상 기대감에 원화 강세 폭이 다소 과한 느낌이라 기존 1,370원 하단 전망을 유지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좀 더 아래로 보는 듯하다 하다"고 밝혔다.

그는 "1,400원 아래에서 수입기업 실수요가 늘거나 역외 매수세가 강한 느낌이 없다"며 "기술적으로 단기 1,340선까지는 열려있다"고 했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에서 7월까지 감세안 의회 입법이 마무리될 전망"이라며 "달러 자산의 광범위한 매도세로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과 각국이 진행 중인 협상에서 상호관세 유예가 만료되는 7월까지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라며 "한미 환율 정책 논의 결과도 변수인데, 시장이 지레 겁먹은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무역·환율 협상 재료가 시장에 노이즈로 작용하고 있고,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신용등급 강등 등 대외환경이 변화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변동성 장세는 6월 중 G7 정상회담, 7월 상호관세 유예 만료, 미국 부채한도 협상 등을 소화하며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중심으로 50원 내외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환율에 영향을 미칠 주요 이벤트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책 등을 꼽았다.

서정훈 수석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 흐름이 예상되나 대내적으로는 대선 이후 국내 경제 모멘텀이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1,350원대까지 아주 점진적인 계단식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s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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