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작년 한 해 만큼 자사주 소각”...韓증시, 주주환원에 팔 걷어부치나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5.21 23:57:30 I 수정 : 2025.05.21 23:59:28
5개월만에 지난해 금액 턱밑
삼성전자 상반기 5.5조 포함
올 소각 결정 30조 넘을 수도

이재명 “자사주 소각 의무화”
개미들도 주주환원책 압박


사회 전반에 주주환원을 향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펀드는 물론이고 소액주주들까지 자사주 활용에 목소리를 높이는 데다 정치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거론하자 올해 다섯 달 동안 결정된 자사주 소각 규모가 지난해 전체 규모에 근접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가 공시한 자사주 소각 결정 금액 합계는 12조3923억원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면서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주주가치 제고가 화두로 떠오른 지난해 전체 소각 결정 규모는 13조2981억원이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3조원과 5조원대에 불과했던 자사주 소각 규모가 지난해 2배 넘게 뛰었고, 올해는 벌써 지난해의 총액을 93%가량 쫓아왔다. 이 속도가 유지된다면 올해 자사주 소각 결정 규모는 30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올해 가장 큰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주가 부양 총력전을 펼치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8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2월 20일에 3조원 규모의 보통주 5014만4628주와 우선주 691만2036주를 소각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매입한 3조원의 자사주 중에서도 임원 보상으로 활용될 5000억원을 제외한 2조5000억원어치를 소각할 방침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까지 마치면 올해 상반기에만 5조5000억원어치의 자사주가 소각된다.

적극적으로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협력했던 금융사들도 자사주 소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3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두 차례 발표했다. 금융 대장주 KB금융도 지난 2월과 4월 각각 5200억원과 3000억원의 자사주 소각 결정을 알렸다.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소액주주연대의 활동도 기업들의 소각 결정을 끌어내고 있다.

개인 소액주주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소액주주연대들이 올해 1분기에 자사주 소각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기업만 이마트, 솔루엠 등 5개사다.

이마트와 솔루엠은 자사주 소각 등의 내용을 담은 소액주주연대의 주주 제안을 받고 실제로 소각을 결정하기도 했다.

자사주 활용을 비롯한 기업 자본 배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개인투자자들까지 적극적인 압박에 나서는 분위기다.

‘주식농부’로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최근 2대 주주인 조광피혁에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배당금을 늘리라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소액주주들이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자사주 관련 안건을 제안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최근 소액주주들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등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확대 기조에서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개혁신당 등 정치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언급하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최근 호반과 경영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한진칼이 자사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해 의결권을 되살린 것처럼 악용 사례 방지를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고 신규 매입 시에는 3개월 내에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자사주를 악용하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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