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현금 이용 비중 10%대로 '뚝'…7년 만에 반토막

카드·간편결제 확산에 스테이블코인까지…현금 없어질까한은 "실물 화폐 사라지는 일 절대 없어"
민선희

입력 : 2025.05.15 06:03:00


현금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신용카드에 더해 간편결제 등 비현금 지급수단 이용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폐와 동전 등의 현금 사용이 빠르게 줄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 주도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이 진행되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현금 거래가 사라질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다.

다만 한은은 화폐 시스템을 향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실물화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작년 현금 이용 비중 16%…한국 현금사용도 40개국 중 29위 15일 한국은행의 '2024년 지급수단·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3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지난해 지급수단 중 현금 이용 비중(건수 기준)은 15.9%로 집계됐다.

신용카드(46.2%), 체크카드(16.4%)에 이어 세 번째다.

모바일카드(12.9%)도 현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비중이 커졌다.

계좌이체(3.7%)나 선불충전금(2.7%)은 이용 비중이 작은 편이었다.

현금 이용 비중은 지난 2013년 41.3%에 달했으나 2015년(36.0%)과 2017년(36.1%)에 30%대로 내려왔다.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해서 2019년(26.4%)과 2021년(21.6%) 조사에서 20%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10%대 중반에 이르렀다.

약 10년 전만 해도 10번 결제할 때 4번은 현금을 썼다면, 이제는 1∼2번 쓰는 셈이다.

연령대별로 20대는 체크카드를, 30∼50대는 신용카드를 타 연령대에 비해 많이 쓰는 편이었다.

60대 이상은 현금 이용 비중이 높았다.

고령자들은 은퇴 후 신용카드 발급에 제약이 있을 수 있고, 모바일 카드 등 새로운 전자지급수단을 이용하는 데 상대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이 지갑에 넣어둔 현금은 평균 6만6천원으로, 3년 새 7천원 늘었다.

이 기간 물가 상승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50대(9만1천원)와 60대 이상(7만7천원)에서 현금 보유액이 많았고, 20대가 2만7천원으로 가장 적었다.



현금 이용 비중 추이
[한국은행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결제액 가운데 현금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한국은행이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 내 '선진국별 현금 사용 격차 요인을 통해 본 우리나라의 현금 사용도 평가'에서 인용한 월드페이 설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금 사용도는 2023년 기준 10%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현금사용도는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때 현금을 사용하는 금액 기준 비중을 말한다.

한국의 현금 사용도는 주요 40개국 중 29위로, 전체 대상국의 단순 평균인 23%를 밑돌았다.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41%)·스페인(38%)·독일(36%)·이탈리아(25%) 등의 현금사용도가 높았다.

반면 노르웨이(4%)·스웨덴(5%)·핀란드(7%) 등 북유럽 국가와 뉴질랜드(6%)·캐나다(6%)·호주(7%) 등 영연방 국가는 현금사용도가 낮은 편이었다.

한은은 "현금사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제, 인구·사회구조, 문화·역사적 배경 관련 지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현금 고사용국과 조건이 전반적으로 비슷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GDP(2023년 기준)는 약 3만3천달러로, 현금 고사용국 소득 여건과 유사하다.

하지만 비현금 지급수단 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디지털 기술 경쟁력은 현금 저사용국에 가깝다.

고령층 비중은 현금 저사용국과, 저소득층 비중은 고사용국과 유사했으며 인구·국토 면적을 감안한 ATM 수는 고사용국들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정부 신뢰도와 위험회피 성향은 고사용국과 유사했다.

한은은 "현금 사용 결정 요인 지표 수준이 고사용국과 유사한데도, 우리나라의 현금사용도가 낮은 편인 것은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과 신용카드 결제 거절을 금지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금사용 결정 요인
[한국은행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까지 상륙…한은 "실물 화폐 없애지 않을 것" 현금 사용이 줄면서 '현금 없는 매장'도 늘고 있다.

특히 무인 키오스크 매장처럼 현금 결제가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현금 없는 버스'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현금 없는 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인천, 대전, 제주, 대구, 광주 등도 현금 승차 폐지를 시범 운영하고 있거나 전면 폐지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역시 사라지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ATM 기기는 지난 2020년 8만7천773대에서 2022년 8만3천196대, 2023년 8만907대로 줄었다.

최근에는 통화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실물화폐를 비롯한 법정통화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급등락하는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가치가 안정적인 편이어서 일반 지급 결제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2천373억달러로, 지난해 3월(1천332억달러)에서 2배 가까이로 급성장했다.

현행법상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에서 발행할 수 없지만, USDT(테더) 등 미국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해외 송금이나 가상자산 거래에 활용되고 있다.

아직 결제 목적으로 널리 쓰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홍콩의 핀테크 회사인 레돗페이(RedotPay)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비자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내놓고 한국 고객 유치에도 나섰다.

한은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예금 토큰 실험을 진행하면서 디지털 화폐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도 실물화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CBDC (PG)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다만 한은은 실물화폐 발행 중단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에서 "한은은 실물화폐를 절대 없애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화폐는 전력이 끊긴다거나 통신이 안 되면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정보기술(I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실물화폐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보는 "페이 등 디지털 지급수단을 믿고 쓸 수 있는 이유는 그 돈을 언제든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실물화폐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화폐 시스템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실물화폐를 어떻게 더 잘 유통하고 잘 사용할 수 있게 할지를 고민한다"면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줄어들고 현금 수납을 거부하는 매장이 늘어나는 데 대비해 한은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화폐 유통 시스템을 관리하고 개선하기 위해 '화폐유통시스템 유관기관 협의회'도 확대 개편했다.

협의회는 화폐 유통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현금 없는 매장 실태조사나 해외 주요국 사례 조사 등 현금 수용성과 접근성에 대한 점검과 조사 연구도 수행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국내 ATM 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면서도 국민의 현금 접근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협력할 방침이다.

ssun@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5.15 09:13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