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합법 지금은 불법”…공정위 소급 제재에 발목잡힌 이 그룹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입력 : 2025.05.15 06:57:01
CJ그룹, 파생상품 활용해
부실계열사 지원해 논란

공정위, 올해 위법고시 신설
10년 지나서야 제재 착수

소급적용·형평성문제 불거져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0년 전 CJ그룹 계열사 간 자금거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 지원 혐의로 제재를 예고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14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CJ는 2015년 8월 하나대투증권과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맺고, 부실 계열사인 CJ푸드빌과 CJ건설이 발행한 1000억원대 전환사채(CB) 인수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CJ CGV도 같은 방식으로 계열사 시뮬라인을 지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법으로 금지된 부실 계열사 부당 지원이라고 보고, 지난달 CJ 측에 제재를 예고하는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TRS를 활용한 주식·채권 인수는 정당한 금융기법이라는 점 △TRS로 자회사 채무보증을 금지한 것은 2025년에 제정된 규제라는 점 △재계에 여러 유사 사례가 있음에도 특정 기업만 타깃해 제재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우선 TRS거래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느냐는 논란이다. TRS는 증권사가 특정자산을 대신 사주고 수수료를 받는 대신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손실을 계약 상대방이 부담하는 구조의 파생금융상품이다. 2010년대 초중반 업계에 빈번했던 거래다.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이 2018년 CJ를 포함해 10여 개 대기업의 TRS거래를 전수조사했을 때도 문제 삼지 않았다. 당시 제재가 이뤄진 거래는 효성이 대주주 개인 소유 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기대이익 없이 자금난을 해결해 준 사례가 유일했다.

업계 관계자는 “TRS는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상품”며 “이를 문제 삼는다면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TRS거래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효과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본 것”이라며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소급 적용의 문제다. 공정위가 TRS 거래를 이용한 위법 행위 유형을 적시한 ‘채무보증 탈법행위 고시’를 제정한 것은 지난 4월이다. 그리고 1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해 내년 4월 시행될 예정이다.

공정위가 고시를 제정한 것은 2023년 8월 참여연대가 ‘CJ가 TRS 거래를 이용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고 신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반면 CJ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를 받는 행위가 발생한 것은 2015년이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활용된 금융기법에 대해 10년 만에 위법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부당한 소급규제”라고 반발했다.

세 번째 논란은 형평성 문제다.금융권에 따르면 2011~2016년 이랜드월드·동부제철 ·KT·한화·두산중공업·신세계·코오롱·효성·대한항공·LS 등이 TRS 거래를 통해 계열사가 발행한 전환사채·교환사채·상환전환우선주 등을 300억~4000억원에 간접 인수한 바 있다. 이들 사례는 공정위·금감원 전수조사를 거친 후에도 제재받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해서만 제재를 진행하는 것은 규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흐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참여연대의 신고가 있었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추가 조사에 착수해 문제점을 발견한 것”이라며 “다른 거래에 대해서도 신고가 있으면 다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향후 한 달여가량 의견수렴 기간을 거친 후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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