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방구석에만 있을래”…또 늘어난 쉬는 청년들, 고령의 부모들은 일터로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5.05.14 11:21:29 I 수정 : 2025.05.14 14:00:52
취업자 늘지만 고령 일자리만
청년에 건설·제조업 부진 지속
20대 ‘쉬었음’ 39만 명 돌파
청년 고용률 3년 만에 최저치
제조·건설업 일자리 27만 명 ‘뚝’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4월 고용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19만4000명 늘며 넉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겉보기에는 고용시장이 회복되는 듯하지만, 세부 통계를 뜯어보면 착시 가능성이 뚜렷하다. 증가한 취업자 대부분이 고령층에 집중됐고 경제의 중심축인 생산가능인구(15~64세)에서는 취업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는 2888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4000명 증가했다. 1월부터 4개월 연속 10만 명 이상 증가를 이어간 것이며 고용률 또한 63.2%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9.9%로 0.3%포인트 올랐다.

양호해 보이는 고용지표 이면에는 뚜렷한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체 취업자가 19만 명 넘게 늘었지만 15~64세 취업자 수는 오히려 14만5000명 줄었다. 작년 3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세다.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만 34만명 늘어난 반면, 20대에서는 17만9000명이 줄며 가장 큰 폭 하락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고령화와 인구 구조 변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령층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이 공공 일자리나 노인친화 업종으로 유입되고 있고, 반대로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있어 고용시장 자체가 연령 편향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률 자체는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이기 때문에, 모수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일정 취업자 수만 유지돼도 고용률은 높아지는 통계적 착시가 발생한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생산가능인구 연령대는 인구수가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취업자수 역시 이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연령별 고용률 등을 함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층 고용지표는 더욱 악화됐다.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5.3%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4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5000명 늘어 12개월 연속 증가세다. 20대에 한정하면 ‘쉬었음’ 인구는 9.7% 증가한 39만2000명에 달한다.

취업 증가가 고령층에 집중된 가운데 산업별로도 전통 제조업과 건설업 등 고용 기반산업은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12만4000명 줄며 전달(-11만2000명)보다 감소 폭이 커져 2019년 2월(-15만 1000명)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 중이며 수출 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고용 확대에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공 국장은 “제조업 산업 자체가 좋지 않아서 전자부품·컴퓨터 등에서 취업자가 줄었다”라며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는 취업 유발 계수가 낮다”라고 말했다. 수출 증가에도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은 취업자 수 기준 400만명 이상으로 전체 고용의 주축이지만, 최근 구조조정과 자동화 추세, 공급망 재편 등의 여파로 고용 흡수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도 고용 상황이 나빠졌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5만명 감소하며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택 경기 침체와 건설투자 부진, 공공SOC 집행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림어업도 이상기온 영향으로 13만4000명 줄었는데 2015년 11월(-17만2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는 21만8000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에서는 11만3000명의 취업자가 늘며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구조가 재편되는 모습이다. 특히 컨설팅, 엔지니어링,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고용 증가는 산업 전환을 반영하는 한편 고학력·전문인력 위주 고용 양극화 우려도 키우고 있다.

종사자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가 27만9000명 늘어난 반면, 일용근로자는 5만4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만6000명 줄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만1000명 늘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7만7000명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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