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관세 여파 가시화에 완성차업체 대응 분주…현대차그룹 전략은

판매 달리 생산 소폭 감소…도요타 "1.7조 피해"·포드 가격 인상재고 소진되는 내달 어떤 조치 취할지 관심…한미 실무협의 촉각
김보경

입력 : 2025.05.11 08: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점점 가시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3위 완성차그룹인 현대차그룹도 서서히 영향권에 드는 모양새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판매량은 아직 큰 변화가 없지만 생산은 관세 부과 후 감소해 재고 소진이 예정된 오는 6월께 현대차그룹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도매 판매량은 각각 35만3천대, 27만2천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각각 2.0%, 4.5% 증가한 수치다.

미국이 지난달 3일부터 자동차와 철강에 25%씩 관세를 부과한 것을 고려하면 판매는 아직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생산에서는 부정적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국내외 공장의 생산 대수는 35만7천대로, 작년 동월 대비 2.1% 줄었다.

특히 수출이 11.6%로 크게 감소하면서 국내 생산은 5.7% 줄었다 지난달 기아의 국내외 생산 대수는 28만5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었으나 관세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멕시코 공장의 생산 대수는 3.8%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외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관세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세계 1위 자동차그룹인 도요타그룹은 지난 8일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조치로 올해 4∼5월 영업이익이 1천800억엔(1조7천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2025회계연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요타그룹은 이와 관련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으로, 장기적으로는 인디애나공장 등 현지 생산 능력 증대로 관세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수요가 많을 때 가격을 인상한 적이 있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혀 가격 인상의 여지도 남겼다.

도요타 실적 발표
[EPA=연합뉴스]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는 완성차업체 중에서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포드는 최근 미국 현지 딜러들에게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머스탱 마하E, 매버릭 픽업트럭, 브롱코 스포츠 등 3개 차종에 대한 가격 인상 방침을 통보했다.

가격 인상 폭은 최대 2천달러(280만원)로, 내달 말께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포드는 지난달 3일부터 부과된 25%의 수입차 관세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을 일부 가격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이 3개 차종의 멕시코 부품 사용 비중은 60%를 넘는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재고 소진이 예정된 다음 달 이후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미국 관세에 대응해 다음 달 2일까지 가격을 동결하고, 현지 재고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장"이라며 다음 달 이후에는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며 인상 가능성도 언급했다.

수출 대기중인 자동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미국 정부가 영국과의 협의에서 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를 조건으로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하향 조정한 것은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미국은 영국이 일부 상품에 대한 시장을 개방하고 항공기를 사들이기로 하는 조건 아래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연간 10만대에 한해 기존 25%(최혜국 관세 포함 시 27.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는데 이러한 선례가 한국과 미국 간 실무 협의에서도 되풀이될지 관심사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비록 영국보다는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 대수가 훨씬 많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무역 조치를 지렛대로 자동차 관세를 내릴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준 것은 나쁘지 않은 사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vivid@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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