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되는 '월급쟁이 감세론' 전면 부각…세수펑크는 딜레마
물가연동제 도입하고 소득·세액공제 확대…법인세 부진한데 '세수공백 어쩌나'
이준서
입력 : 2025.05.11 06:03:16
입력 : 2025.05.11 06:03:16

[연합뉴스TV 제공]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근로소득세 감세론'이 부각되고 있다.
선거철마다 득표에 도움이 되는 '달콤한' 감세를 약속하는 행태는 새삼스럽지 않지만, 뚜렷한 재원 대책 또는 전반적인 세제개편 없이 감세 혜택만 부각하는 흐름이어서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헛공약'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함께 감세 공약을 무리하게 이행하면 가뜩이나 빠듯한 세수 상황을 악화시키면서 중장기적으로 '세수펑크'를 키우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세수 부족 탓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감세 기조를 뒤집고 고소득자 증세에 나서고, 일본 정부가 '소비세 감세' 방침을 보류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1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주요 대선후보들의 세제 공약은 주로 근로소득세 감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통적으로 감세 기조를 고수하는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먹사니즘' 실용 노선을 내세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근로소득세 개편을 언급하면서 소득세 감세공약은 이번 대선의 공통 분모로 떠오른 양상이다.
특히 물가상승률에 따라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는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0일 직장인 간담회에서도 "우리나라 월급이 명목상으로 오르긴 하는데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안 그래도 월급쟁이들은 유리지갑이라고 해서 명목상 임금이 오르면 과세표준이 오르고, 그러면 세율이 올라서 실제 월급은 안 오르는데 세금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세율 조정 없이도 물가상승으로 매년 명목임금이 오르면서 과표구간이 자동 상향되고 세금 부담이 커지는 이른바 '인플레 증세'를 지적한 것이다.
이는 당국으로서는 납세자들의 반발을 사지 않는 '거위털 뽑기식' 증세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직장인들의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이어지고 있다.
세율이나 과표 같은 골격을 건드리지 않고 감세 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역 화폐에 적용되는 소득공제율을 30%에서 80%로 대폭 높이는 법안도 대표발의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소득세 기본공제를 확대하고, 직장인 성과급의 세액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의원(더불어민주당 월급방위대 간사)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61조원으로 전년보다 1조9천억원 증가했다.지난해 근로소득세는 국세 수입의 18.1%를 차지해 법인세 비중과 비슷해졌다.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전문가들도 그간 근로소득세 부담이 부지불식간 급증한 추세를 고려할 때,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최근 근로소득세 증가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근로소득세(결정세액 기준)는 약 60조원으로 2014년(25조원)에 비해 2.4배 불어났다.
연평균 9%대의 가파른 증가세다.
연간 총급여 8천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 근로자가 2014년 103만명에서 2023년 253만명으로 갑절 이상 불어나면서 근로소득세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과표 8천800만원 이하 구간에는 6~24% 세율을 적용하지만 8천800만원 초과분부터 세율이 35~45%로 급격히 높아진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6%에서 지난해 2.4%로 뛰어올랐다.
반면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15년 2.6%에서 2022년 4.5%까지 확대했다가 2023년 3.3%, 지난해 2.5%로 쪼그라들었다.
직전 윤석열 정부의 대기업 감세 및 경기불황 등이 겹치면서 '월급쟁이 세금'이 법인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수 버팀목'으로 떠오른 셈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10여년간 근로소득세 과표와 세율이 변동되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증세가 이뤄진 부분을 완화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문제는 세수 공백이다.
세율·과표뿐만 아니라 경기 흐름에서도 직접 영향을 받는 법인세와 달리, 근로소득세는 감세·증세 조치가 곧바로 세수에 반영된다.
미·중 관세전쟁, 구조적인 내수부진 등으로 법인세 실적이 쉽게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소득세 감세를 추진한다면 세수부족 위기를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월 법인세수의 예산 대비 진도율은 28.6%로 작년 결산 대비 진도율(30.0%)이나 최근 5년 평균 진도율(29.5%)보다 낮았다.
통상 3월까지 법인세가 1년치의 30% 정도 걷히지만 올해는 28.6%에 그쳤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근소세 감세까지 현실화한다면, 각종 복지공약을 위한 지출 부문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재정학회장을 지낸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로소득세의 물가연동제는 오래전부터 거론됐던 이야기이지만, 그간 정부가 실행하지 못한 것은 세수 때문"이라며 "물가연동제 시행하면서 세수를 유지하려면 결국 세율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소득세 면제자 비율을 낮추는 작업부터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근로소득자 가운데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은 33%에 달했다.
j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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