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페이지 분량 달달 외워라?”…보험사 CEO에게 배달된 ‘비밀 교과서’의 정체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입력 : 2025.04.12 15:55:16
금융당국, 보험개혁 제도백서 전달
300페이지 넘는 방대한 서적
당국 과제 완수 위해 업계 ‘압박’


챗GPT가 그린 CEO의 모습. <챗GPT>


금융당국이 최근 전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에게 300페이지에 달하는 ‘보험제도 개선 백서’를 만들어 대표 비서실을 통해 직접 전달했다. 업계 CEO를 대상으로 금융위원회가 구체적인 실무 절차를 백서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불안감이 커진 상황 속에 그동안 금융위원회가 주도해 온 보험정책 개선의지를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업권에 전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제도 개선 백서를 최초로 발간했다. 이는 단순 참고자료가 아닌 ‘CEO 맞춤형 교과서’로, 제도개선의 프로세스와 핵심 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이번 백서에는 보험개혁회의에서 내놓았던 74개 과제 관련 주요 추진절차와 고려사항이 담겼다. 방대한 내용을 다룬 협의체의 결과물을 총 정리해 보험사는 물론 금융감독원 등이 실무를 함에 있어 일종의 매뉴얼을 제시해보겠다는 것이다.

보험개혁회의는 민·관·학 전문가가 참여해 지난해 5월부터 약 10개월간 운영된 협의체다. 그간 보험산업의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허위 보험금 청구·보험 불완전판매 등을 해결해 업계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70여개의 제도 개선책을 내놓았다.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노후생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동화 방안이나 보험업권의 요양·헬스케어 사업 확장 허용 등 혁신적인 내용도 담겼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지난해 보험개혁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아 전방위적으로 추진해온 만큼, 이를 단순한 개혁에 그치지 않고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러한 백서를 발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정권 교체기를 맞아 보험과장 등 실무 책임자 인사도 바뀌는 상황에서 이번 백서는 ‘개혁 완수 의지’와 ‘정책 지속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비상계엄 여파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취소되고 이와 연동돼 추진되던 보험개혁회의도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에 업권에 대한 ‘압박용’ 자료이자 향후 당국에서 후임자나 타업권도 제도 개선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세세한 과정을 정리된 글로 남겼다는 해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 또는 업계가 관련 과제 추진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감시용’ 자료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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