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미국 관세정책이 뉴욕증시 변동성을 키우면서 변동성지수 ‘VIX’도 요동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최근 가파르게 치솟은 VIX가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VIX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다만 VIX 인버스 상품들은 VIX지수가 감소해도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의 상호관세율 발표 이후 VIX 선물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3~11일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0.5X S&P500 VIX S/T선물 ETN(H)B’ 거래량은 약 195만주로, 직전 7거래일보다 2배 넘게 상승했다. 삼성증권의 ‘삼성 인버스0.5X S&P500 VIX S/T선물 ETN B’와 신한투자증권의 ‘신한 인버스 0.5X S&P500 VIX S/T 선물 ETN’ 거래량은 같은 기간 각각 17배, 32배 상승했다.

기존 거래량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한투 인버스0.5X S&P500 VIX S/T선물 ETN B’는 277배 폭증하기도 했다. 4종의 ETN들은 모두 ‘S&P500 VIX 단기선물 0.5x 인버스 데일리 지수’를 추종한다. VIX 근월물 선물의 가격이 하락하면 이득을 얻는 구조다.

이 기간 수익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미래에셋-0.5X S&P500 VIX S/T선물 ETN(H)B는 9일과 11일 각각 전날보다 9.5%, 7.3% 하락 마감했다. 반면 8일과 10일에는 전날보다 8.8%, 11.3% 상승 마감했다. 백악관의 상호관세 발표 다음날 65까지 상승하기도 했던 VIX는 10일 40.72까지 낮아졌다. 다만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다. 단기간에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인 VIX가 향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VIX 선물 인버스 ETN 매매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VIX 선물상품 투자가 VIX지수 등락과 큰 폭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도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VIX 관련 상품 투자에 대해 “VIX 선물상품 투자 결과는 VIX지수의 흐름과 상이한 결과를 낸다”며 “VIX지수만 보고 들어간 투자자는 큰코다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VIX 선물 투자는 VIX를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므로, VIX지수 추세 예측이 정확하더라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CBOE에서 VIX 4월물 선물은 35, 5월물 선물은 29에 거래돼 VIX지수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VIX 지수 변화율과 VIX 선물 ETN의 수익률은 크게 차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지난 일주일간 VIX는 35.6% 상승했지만, ‘한투 S&P500 VIX S/T 선물 ETN(H) B’는 22.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한, 지금과 같이 VIX지수가 VIX 선물 가격을 추월하는 ‘백워데이션’ 상태에서는 선물 거래의 롤오버 비용으로 인해 인버스 상품들의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롤오버란 선물 시장에서 근(近)월물 만기를 앞두고 원(逺)월물로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에서도 최근 VIX 선물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스빅시’로 불리는 ‘프로셰어즈 숏 VIX 단기선물(SVXY)’은 국내 ETN과 마찬가지로 VIX 단기선물을 0.5배 역추종한다. 배율을 1배로 높인 ‘-1 숏 VIX 선물(SVIX)’ 상장지수펀드(ETF), 일명 ‘스빅스’도 있다. 이 상품은 2018년 VIX가 폭등했던 ‘볼마겟돈’ 사태 때 청산됐던 ETF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