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고 싶으면 오세요”...격변기 맞이하는 재테크 시장, 전략은

문일호 기자(ttr15@mk.co.kr)

입력 : 2025.04.12 06:37:32
2025 서울머니쇼-전문가 4인의 투자전략


“지금이야말로 단기 자산 변동성을 장기 투자 수익률로 바꿀 때입니다”. ‘2025 서울머니쇼’에서 재테크 격변기 필승 투자 공식을 전수할 4대 포트폴리오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팀 본부장,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총괄, 강승원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 등 4인은 서울 코엑스에서 5월 8~10일 열강을 펼친다.

지난 7~9일 이들을 사전에 만나 인터뷰했다. 그들은 “사상 최악의 위기가 매번 찾아왔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부자가 될 찬스였다”며 “확실한 건 불확실하다는 점 하나뿐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분산 투자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국내외 주식을 더 사들이는 ‘물타기’는 답이 아니라고도 했다. 우량주의 경우 그대로 보유하면서 안전자산을 더 많이 담아 자연스레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강조했다.

채권과 금이 격변기를 버텨낼 양대 축으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은행 규제를 풀면서 미 단기 채권(단기채) 수요가 늘어 초과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또 이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통화량을 대거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 완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통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희소 가치가 높은 금(金) 가격은 당분간 오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악재 속 美 은행 규제는 풀린다…“단기채를 사라”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경기 침체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이 같은 부담을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전가하면서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 중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경기 방어와 물가 통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면서 금리 전망도 미궁에 빠졌다는 것이다.

오건영 단장은 “파월은 확실한 경기 침체 지표를 기다리며 현 금리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며 “반면 트럼프의 확실한 무기는 ‘관세’라는 칼이며 일보라도 후퇴할 경우 그 칼이 무뎌지기 때문에 그대로 밀어붙이려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파월의 대결 양상은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그래도 더 강경한 쪽은 트럼프다. 오 단장은 ‘고관세 유지→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미국 기준금리 인하’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그의 시나리오대로라면 대출 부담이 있었던 미국 기술주들의 반등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엔 그런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고 한다. 오 단장은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때문에 파월은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금리를 팍팍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적자가 심각한 미국은 돈도 풀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주식시장이 기대하는 경기 부양책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다”고 밝혔다.

환율에 대해선 당분간 높은 환율(원화 약세)을 예상했다. 오 단장은 “관세 악재가 해소되는 올 하반기로 가면 달러는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모든 금융 자산을 골고루 갖고 있어야 어느 정도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승원 수석 연구원도 투자자들에게 철저하게 분산의 원칙을 지키라고 말한다. 그는 트럼프 1년 차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주식 20%, 채권 20%, 금 20%, 현금 30%, 원자재 등 대체자산 10%를 제시했다. 금·채권·현금을 안전자산으로 봤을 때 이 자산 비중이 70%다. 올해는 트럼프의 ‘광기’가 극에 달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처럼 현금을 비축하고 또 다른 위기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트럼프 정권의 공약을 살펴보면 집권 연차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며 “1년 차의 핵심 목표는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확실하게 꺾고, 연준이 쉽게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 우려는 현실이 되면서 안전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안전자산 중에는 미국 단기 국채(단기채)를 최선호 자산으로 꼽았다. 트럼프 정부는 은행들에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대표적인 규제가 2014년 도입된 eSLR(강화된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이다. 이 규제로 인해 은행들은 사실상 무위험 자산인 미 국채 역시 마음껏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 연구원은 “eSLR 규제가 풀리면 은행들은 단기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대형 은행들의 투자 여력이 커지면 미 주식시장에도 호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내년에는 확 바뀔 것으로 봤다.

강 연구원은 “트럼프의 2년 차 목표는 성장으로의 선회”라며 “트럼프 2년 차 이후로는 미국 주식 등 위험자산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트럼프 2년 차 포트폴리오를 별도로 제시했는데, 미국 주식 비중을 30%(1년 차 10%)까지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재조정)하라고 조언했다. 현재의 주가 하락 구간을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뜻이다.

“인플레이션 헤지 金 담고 美 주식은 보유”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에 금은 꼭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총괄은 “관세는 각국의 수입 물가를 올리고 소비 심리도 위축시켜 경기 둔화 리스크로 이어진다”며 “역사적으로 금은 이러한 리스크에 대비해 유용한 헤지(방어) 자산의 역할을 하며 다른 자산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책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증가와 각국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수세가 이 자산의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금을 포트폴리오의 일원으로는 인정하나, 향후 추가 상승여력은 제한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건영 단장은 “미국에선 ‘관세 전쟁’ 직전에 골드바 사재기 현상이 있었다”며 “이 같은 금 수요는 트럼프발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젠 관세와 관련된 구체적 수치가 나와 버렸기 때문에 금 가격에 단기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박순현 총괄 역시 7일 기준 향후 1년 내 금값 상승여력이 6% 수준에 그친다고 답했다.

유동원 본부장 역시 금을 보유하되, 지나치게 많이 담진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 구간에선 금이 이를 상쇄하는 수단이 된다”면서도 “각종 불안 심리를 선반영한 금값은 과거 고평가된 일부 미국 주식처럼 결국엔 조정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 투자의 경우 최근 현물 ETF가 유행이다. 특히 국내 금 ETF의 경우 환차익까지 붙어 미국 ETF보다 수익률이 높게 나온다.

유 본부장은 주식에 대한 역발상 투자 전략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서학개미 전도사’로도 불리는 그의 ‘황금비율’ 포트폴리오는 주식 80%, 채권 15%, 금 5%다.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선 위험자산 비중이 중요한데, 최근 주식 가격 하락이 매수 기회라는 것이다. 관세 악재도 각국의 협상 결과에 따라 희석될 것으로 봤다.

특히 중국이 보복관세로 미국과의 ‘전면전’을 벌이는 양상인데 이것이 주식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관세로 인한 ‘부메랑 효과’로 미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지만 중국 수입이 미국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라며 “미국 경기가 연착륙한다고 봤을 때 S&P500과 나스닥 모두 과도하게 빠졌기 때문에 이들 시장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모을 적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관세 전쟁과 중국발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 등장으로 빅테크 중심의 미국 성장주 시대는 끝났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유 본부장은 “AI로 인한 노동 생산성 혁명과 이에 따른 비용 절감이 빅테크의 가치를 유지시켜 준다”며 “금리 인하까지 나올 경우 반등 여지가 충분해 기존에 보유한 미국 성장주는 팔지 말고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순현 총괄도 포트폴리오 내 가장 큰 비중은 주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관세는 결국 ‘협상카드’이므로 협상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은 사라질 것이란 얘기다. 그는 “미국 주식을 중심으로 유럽 일본 등으로 국가별로도 분산하면 안정성과 수익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며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금리 인하 카드도 남아 있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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