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눈독 들인 K조선, 부울경에 기회"

배한철 기자(hcbae@mk.co.kr), 박동민 기자(pdm2000@mk.co.kr),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입력 : 2025.04.08 17:42:52 I 수정 : 2025.04.08 18:46:04
김용환 서울대 조선공학과 교수 원아시아포럼서 주제 발표
美조선업 쇠퇴·군함 노후화에
효율성 높은 K조선 정비 각광
한화오션 등 이미 시장 진출
中企·기자재 업체에도 새 판로
美해군서 장기 수주 따내려면
정부도 외교·제도적인 지원을




◆ 매경 원아시아 포럼 ◆

8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제28차 매경 원아시아 포럼이 열렸다. 방성빈 부산은행장,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송규정 윈스틸 회장, 허용도 태웅 회장(앞줄 왼쪽 둘째부터)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부산 이승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K조선'에 주목하면서 조선업체가 몰려 있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조선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내 조선산업의 인력난과 노후화로 인해 자국 내 신규 함정 건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술력과 납기 능력을 갖춘 우리나라 조선이 미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같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에도 기회의 문이 열렸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단기 수익 추구에 앞서 미국과 신뢰를 쌓는 데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8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제28차 매경 원아시아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서 "현재 미 해군은 전 세계 정비 수요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동맹국 조선소에 기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이는 한국 조선소들이 MRO 분야에서 기술력과 납기 경쟁력을 입증할 기회"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트럼프 2기, K조선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미국 조선소들은 심각한 납기 지연과 비용 초과 문제를 겪고 있으며, 잠수함과 항공모함의 유지·보수조차 제때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해외 조선소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미 일본과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미국의 협력 파트너로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며 "한국 조선소들이 신규 선박 건조보다 MRO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우는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품질, 속도, 비용 효율성 등에서 미국 측이 기대하는 수준을 명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정비 인프라스트럭처 확보는 장기적으로 해군 신규 함정 건조 시장의 신뢰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MRO 사업 일부를 수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뢰를 쌓는다면 향후 정비 수요에 따라 중장기 파트너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요지다.

이 같은 '기회의 문'은 부울경 지역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업체에도 열리고 있다. 대형 조선소가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중소형 조선소는 미국 해군의 간단한 정비, 민간 수리, 선체 보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 시장은 기술 인력 파견, 부품 제작, 정밀 기자재 공급 등에서 중소기업이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다며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아직까지 외국 조선소의 해군 신규 함정 건조 참여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며 "함정은 상선과 달리 방산 분야인 만큼 정치적·전략적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외교·법률·산업 측면에서 동맹 기반의 제도적 뒷받침 등 정부 간 협력과 장기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산 특별취재팀=배한철 영남본부장(팀장) / 박동민 기자 / 최승균 기자 / 서대현 기자 / 송민섭 기자 /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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