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감세' 간판 내린 尹경제정책…눈덩이 세수펑크 오점
美관세파고 속 조기대선에 리더십 공백…민생추경 시급
이준서
입력 : 2025.04.06 06:01:13
입력 : 2025.04.06 06:01:13

(서울=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2025.4.4 [기획재정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윤석열 정부'가 간판을 내리고 조기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경제정책도 '두 달 공백기'에 접어들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에도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선정국과 맞물려 유력 차기 주자들의 정책기조와 대선공약에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6일 현재 경제당국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중심으로 대외신인도 관리와 민생 지원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굵직한 결정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미뤄지게 됐다.
올해 성장률 1%대를 달성하기도 버거울 정도의 경기 부진에서 어떻게 벗어날지도 난제다.
대통령 파면으로 '12·3 비상계엄' 이후로 4개월여 우리 경제를 짓눌렀던 불확실성의 안개는 걷혔지만, 급변하는 국내외 현안에 실효성 있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은 고스란히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남게 됐다.

기재부 사옥 전경-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제공]
◇ 막 내린 尹정부 건전재정-감세정책 역대 정부와 달리, 윤석열표 경제 정책을 관통하는 컨셉트는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명박 정부의 '747'(연평균 7% 성장, 1인당 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처럼 상징적인 키워드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장 담론보다는 총지출 억제를 통한 건전재정론, 부동산세·법인세·상속세를 아우른 전방위적인 감세조치 같은 재정·세제 관리에 무게가 실렸다.
감세로 투자활성화·고용창출의 선순환 효과를 노리겠다는 취지이지만 결과적으로 세수 기반을 허물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에 따른 법인세 부진과 맞물려 '역대급 세수 펑크'가 이어진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정권을 넘겨받은 2022년 52조원 '초과 세수'로 출발했던 윤석열 정부는 2023년 56조4천억원, 지난해 30조8천억원의 대규모 세수결손을 냈다.
올해도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전면적인 증세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의 감세 논의는 '올스톱' 됐다는 분위기다.
현행 유산세의 유산취득세 전환을 비롯한 상속세 개편안도 예외가 아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억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도 흐지부지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관리재정 적자 비율을 2.9%로 맞췄다.
이 비율은 작년말 국회에서 감액예산안이 통과되면서 2.8%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윤석열 정부 4년차에 3% 목표를 맞춘 셈이지만, 경기에 대응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편성되면 다시 3%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밸류업' 세제 혜택들도 다른 세법들과 함께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 역시 대선 결과에 따라선 '입법이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의료·교육 개혁의 동력은 상실됐고, 연금개혁도 모수개혁을 넘어 근본적인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 관세 협상도…내수 추경도…뾰족수 없는 '정책 공백' 문제는 정책 공백을 기다릴 만큼 대내외 여건이 여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25%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상호관세부터 발등의 불이다.
국가별로 차등 적용되는 상호관세는 오는 9일 발효된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 업종뿐만 아니라 전 산업이 타격권에 접어들게 된다.
관세를 경제·국방·외교 협상의 포괄적인 지렛대로 활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한다면 '25% 관세율'의 변동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대미 협상카드를 제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통치권자의 결단이라는 점에서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성급한 대미 접촉이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라별로 진행될 협상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최적의 카드를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관세는 미국에도 너무 좋지 않은 정책이기에 미국 내부적으로도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이번주 산업경쟁력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자동차 관계업체 대상으로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3조원 비슷한 수준의 긴급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대통령이 없다 보니 외교 협상에 제한이 있겠지만 2개월간 현재의 시스템에서 최대한 협상해야 한다"면서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를 뒷받침할 지원책도 2개월 과도기간의 과제로 꼽힌다.
대선 직후에 최소 30조원대의 '슈퍼추경'을 점치는 시각이 많지만, 먼저 재정당국이 제안한 '10조원 필수추경'을 토대로 국회의 적극적인 논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여·야 개념 자체가 무너지면서 정부가 '나홀로' 현안을 조율해야 하는 과도기적 상황이 역설적으로 추경의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정부가 집권여당과의 물밑 논의를 거쳐 당정 조율안을 내놓으면 야당이 반발하면서 정치공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최상목 부총리가 지난달 30일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제안하자, 국민의힘이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미흡하다는 회의적 입장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j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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