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블핑·에스파·스키즈...“너희를 소유하겠어” 덕질의 끝은 ‘투자’ 랍니다
문일호 기자(ttr15@mk.co.kr)
입력 : 2025.04.05 07:35:29
입력 : 2025.04.05 07:35:29
관세 대피소 엔터株 완전체
K팝 관련된 ‘4+1’ 주목받아
K팝 관련된 ‘4+1’ 주목받아

K팝 ‘덕질’(열정적으로 좋아함)을 그만두고 K팝 ‘투자자’로 나섰다는 주부 김 모씨(38). 그는 2020년 10월 코스피에 상장한 엔터테인먼트 주식 하이브에 2023년까지 여윳돈을 쏟아부었다. 이 회사 소속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미국 팝가수 저스틴 비버에 대한 ‘팬심’이 작용했다. 저스틴 비버는 이타카홀딩스 소속이다. 이타카홀딩스는 2021년 하이브가 1조원을 투자해 사들인 미국 엔터사다. 그런데 저스틴 비버가 건강상 이유로 콘서트를 빼먹기 시작한다.
이타카홀딩스의 또 다른 주력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인 아리아나 그란데는 배우가 되기 위해 가수 활동이 뜸해 하이브 실적에 도움이 안 된다. BTS 멤버들 역시 속속 국방의 의무에 나서느라 바쁘다. 자의든 타의든 소속 가수들이 일을 안 하면서 작년 하이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 급감했다. 3년간 김씨의 투자수익률은 고작 5%에 그쳤다.
김씨는 “하이브가 BTS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엔터사에 1조원을 투자했는데, ‘빈껍데기 회사’(이타카홀딩스)를 샀다”며 “BTS 멤버들이 올 하반기에 제대하기 때문에 하이브를 매도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 대신 김씨는 최근 1년간 에스엠, JYP엔터, 와이지엔터 등 ‘K엔터주’를 모두 매집했다. 이 중 에스엠과 와이지엔터가 올 들어 급등하며 마음고생을 덜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 주식도 사 모으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은 전 세계 373곳 공연장을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며 K팝 등 대형 콘서트 티켓 수익을 쓸어 담고 있다. 김씨는 “K팝과 관련해 ‘4(한국)+1(미국)’ 전략으로 나만의 K팝 대표 상장지수펀드(ETF)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런 투자법은 올 들어 월스트리트와 여의도에서 모두 추천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수출 관련 주식들의 위기감을 현실로 만들었다. 반면 한미 엔터 업종은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나 있다. 증권가에선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져도 ‘팬심’으로 인해 값비싼 가수 공연 티켓 수요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중국이라는 ‘미개척지’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공격은 피하고 중국발 수혜는 받을 수 있는 종목으로 K팝 관련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증권가에선 하반기로 갈수록 K팝 아이돌 그룹이 속속 ‘완전체’(멤버 전원 복귀)로 수익에 기여하고, 세대교체를 통해 ‘티켓 파워’를 증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그룹의 소속사는 물론 K엔터사들과 수입을 나누는 라이브네이션도 남 몰래 웃고 있다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에 강했던 국내 정보기술(IT) 비중은 낮추고 앞으로 잘나갈 엔터주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핑크 월드투어로 흑자전환 예고한 와이지엔터
K팝과 관련주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일정과 세부 내역보다는 ‘코첼라’ 일정과 라인업에 주목했다. 코첼라는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로, 매년 20만명 이상이 몰린다. 올해는 4월 11~13일, 4월 18~20일 2주간 6일에 걸쳐 열린다. 블랙핑크 제니와 리사가 대표 공연자로 나선다. 블랙핑크는 와이지엔터에 속해 있다. 2019년과 2023년 블랙핑크 영상은 누적 조회 수 1억회를 달성했다.와이지엔터의 전략은 ‘코첼라 효과’로 블랙핑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후 7월부터 2개월간 국내를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7개국 ‘월드투어’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와이지엔터의 올 1~3분기 예상 매출은 각각 1023억원, 1050억원, 1585억원이다. 블랙핑크의 콘서트 수입이 잡히는 3분기에 실적이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과는 정반대의 실적 추이다. 2024년 블랙핑크는 개인 활동에 치중하느라 해외 공연이 거의 없었다. 2023년 전체 연간 매출에서 블랙핑크 등 소속 그룹이나 가수의 공연 매출 비중은 19.6%였다. 그러나 2024년 공연 ‘공백기’로 인해 이 비중은 4.7%로 뚝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은 -5.1%로 엔터 4사 중 나 홀로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과 2024년 하이브 내 공연 매출 비중은 16.5%에서 20%로, 같은 기간 JYP엔터는 11.2%에서 17.2%로 상승한 것과는 대조된다. 에스엠의 경우 이 비중이 소폭 하락했다. 일각에선 엔터사들끼리 주력 그룹 월드투어의 경우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국내 4대 엔터주를 한꺼번에 보유할 이유다. 와이지엔터처럼 공연 ‘비수기’ 종목 주가가 하락할 때 ‘성수기’ 종목 주가가 올라 수익률을 방어해준다는 것이다.
‘관세전쟁 피난처’라는 대전제하에 적자에서 흑자로의 전환, 블랙핑크의 공연 재개와 또 ‘베이비몬스터(베몬)’ 효과까지 4대 호재로 와이지엔터 주가는 올 들어 4월 1일까지 38.5% 올랐다. 향후 주가 상승 여력에 대해선 증권사별로 의견이 엇갈린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 엔터주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8.1배이며 내년에는 14배까지 낮아진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블랙핑크의 월드투어만으로도 2025~2026년 합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신인 그룹 베몬 역시 양호한 성장세를 보여 실적 추정치가 올라가면서 PER은 하락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반면 월가에선 상승 여력이 한 자릿수로 제한돼 있어 올해 안에 큰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지난 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은행 11곳이 예상한 와이지엔터의 향후 12개월 내 도달 가능한 목표주가는 평균 6만3636원이다. 이날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은 2.8%에 그치고 있다.
중국 최대 수혜주 에스엠, 주가 상승여력 36% JYP엔터
에스엠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48.4%나 올랐다. 에스엠 주가가 이토록 급등한 데에는 한한령 최대 수혜주라는 평가와 함께 성공적인 세대교체, 연결 이익 확대 등 3대 호재가 작용했다. 에스엠의 최대주주는 카카오다.카카오 주주 중에서 외국인 최대주주는 막시모PTE로 공시돼있다. 이 회사는 중국 텐센트의 자회사로, 카카오의 의결권 있는 지분 기준으로 6%를 들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해제하면 중국 자본이 들어가 있는 에스엠 소속 가수들에게 중국 내 대대적인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엠의 작년 전체 매출에서 공연 비중은 38.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에스엠은 올해 매출 기준 ‘1조 클럽’ 가입이 예상된다. 작년에는 9897억원이었다. 2010년대까지 에스엠의 캐시카우는 그룹 NCT였다. 2020년 이후엔 에스파·라이즈·NCT WISH로 재편되면서 수익원이 다각화되고 있다.
최근 에스엠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 ‘디어유’ 지분 11.4%를 추가로 취득했다. 회계상 디어유의 이익을 연결로 그대로 가져올 수 있지만 ‘중복 회계’라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중국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호재로 이미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한한령 해제로 인한 실제 콘서트 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선 에스엠을 한한령 해제의 가장 강력한 수혜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한한령으로 중국 내 공연이 막힌 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각 엔터사의 주력 지식재산권(IP)들이 중국을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어 뭐라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엔터 4사 중 ‘마진왕’을 뽑을 땐 항상 JYP엔터가 손을 든다. 작년 21.3%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나 적자를 기록한 경쟁사 3곳을 압도하고 있다. 마진이 높은 것은 이 상장사의 음반 판매와 콘서트 실적이 모두 꾸준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소속 그룹 ‘스트레이키즈’가 K팝 사상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를 기획하면서 마진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래서 주가 상승 여력도 36%에 달한다.
하이브의 올해 예상 매출은 2조7162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20.4% 증가한 수치다. 여기엔 올 하반기 완전체로 컴백하는 BTS의 존재감이 자리하고 있다. 하이브 주가의 발목을 잡을 악재는 ‘위버스’다. 위버스는 가수와 팬의 소통, 디지털 코드 기반 앨범, 일명 ‘굿즈’로 불리는 공식 상품(MD) 판매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들 이외에는 더 이상의 확장성이 없어 유료 결제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며 “아직까지 적자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월가 투자은행 만장일치 매수 추천 라이브네이션
월가 투자은행 21곳의 라이브네이션에 대한 목표주가는 3월 말 현재 164.76달러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상승 여력이 26.2% 남아 있다. 이례적으로 증권사 21곳 모두 이 종목에 대해 매수를 추천하고 있어 주목된다. 벤저민 소프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라이브네이션은 지난 2월까지 이미 6500만장의 티켓을 판매했다”며 “1년 새 14% 증가할 정도로 공연에 대한 소비자 지출이 살아 있다”고 전했다.라이브네이션은 향후 콘서트 시장 확장에서 K팝이 필수 요소라고 보고 K엔터 4곳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K팝 대표 아이돌 그룹의 해외 공연을 독점하고 있다. 이들의 해외 공연 기획과 제작 대부분을 맡고 있어 수익 배분 시 ‘갑’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연장 내 모든 음식료 판매를 자회사들이 장악했다. 그동안 대형 공연장을 임차해 티켓 판매로 수익을 냈는데, 앞으로는 직접 초대형 공연장을 지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231억56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이 상장사는 올해 13.8% 성장한 263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총이익률은 올해 25%로 추정된다.
다만 지나친 ‘갑질’이 향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 라이브네이션이 기획하는 공연은 ‘티켓마스터’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월가 관계자는 “라이브네이션과 티켓마스터가 독점하는 북미 콘서트 사업에 대해 반독점 소송 이슈가 남아 있으며 이는 주가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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