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온오프라인 구조조정 '태풍'…옥석 가리기 본격화
내수 침체 속 가혹한 생존경쟁…수익 안 나는 기업 도태체력 강한 대형업체 중심으로 재편 가능성
전성훈
입력 : 2025.03.30 06:15:01
입력 : 2025.03.30 06:15:01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국내 유통업계에 구조조정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소비침체 장기화와 갈수록 격렬해지는 생존 경쟁 속에 체질이 허약한 온오프라인 기업들이 잇따라 몰락하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국내 유통시장이 재무 건전성이 양호한 대기업 계열이나 대형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 구조조정의 첫 신호탄은 지난해 7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몰락이었다.
합산 거래액 7조원이 넘는 국내 6∼7위권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한 티메프는 수년간의 자본잠식 상태에서 현금이 바닥나면서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티메프가 정산하지 못한 입점사 판매대금은 1조2천790억원에 달했고 5만개 가까운 입점 판매사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그로부터 8개월 뒤에는 연 매출 7조원의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연합뉴스TV 제공]
홈플러스 사태 역시 유동성 악화가 화근이었다.
과도한 차입금으로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와중에 판매 부진이 겹치며 납품 대금마저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정산 지연 사태 역시 앞선 두 사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2015년 설립 이후 단 한 해도 영업이익 흑자를 내지 못한 발란은 2023년 말 기준 결손금이 매출(392억원)의 두 배인 785억원에 이를 정도로 기초 체력이 부족했다.
2023년부터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 유통업이 대형할인점 등의 탄생으로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선 1990년대 이후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주요 기업이 잇따라 무너진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업계는 그 배경으로 소매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우후죽순 다수 업체가 난립하면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꼽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시장 규모(경상금액 기준)는 2014년 382조3천억원에서 2023년 510조7천억원으로 33.6% 증가했다.
코로나19의 기저효과로 2021년 일시적으로 급반등한 수치를 제외하면 대체로 2∼4% 안팎의 성장률을 보였다.

홈플러스 강서 본사
[홈플러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지난해는 514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증가에 그치며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2014∼2023년 10년 새 시장점유율이 8.7%에서 7.2%로 쪼그라들며 입지가 더 좁아졌다.
소매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매출 또는 거래액을 일으켜야 하는 업체들로선 할인쿠폰과 같은 마케팅비를 쏟아부어 출혈 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는 부실로 이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30일 "거래액이 많고 이름값은 있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수익이 제대로 안 나고 고정비만 계속 나가는 구조"라며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구조여서 작은 리스크(위험)에도 버티기 힘들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티메프 사태를 기점으로 본격화한 유통업의 구조조정 시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는 소매시장 성장률이 0.4%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이래 가장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유통업계도 가혹한 생존 경쟁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발란
[발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최대 변수는 유통업의 하부 구조를 지탱하는 판매자들의 움직임이다.
오랜 업력의 이커머스 플랫폼과 국내 굴지의 대형마트까지 속절 없이 무너지는 것을 본 판매자들이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으로 재무 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대기업 계열이나 대형 플랫폼 쏠림 현상이 심화하며 상대적으로 거래 안전성이 떨어지는 곳은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발간한 올해 업종별 전망 보고서에서 유통산업 전망(Industry Outlook)을 '비우호적'으로, 관련 기업의 신용 전망(Credit Outlook)을 '부정적'으로 각각 내다봤다.
설상가상으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과 같은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품이 막강한 자금력과 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무섭게 침투해 들어오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매출 불리기와 몸집 키우기에 급급하던 유통사들이 수익성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될 놈만 되는' 상황이 됐다"며 "몇년 안에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진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
lucho@yna.co.kr(끝)
소비침체 장기화와 갈수록 격렬해지는 생존 경쟁 속에 체질이 허약한 온오프라인 기업들이 잇따라 몰락하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국내 유통시장이 재무 건전성이 양호한 대기업 계열이나 대형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 구조조정의 첫 신호탄은 지난해 7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몰락이었다.
합산 거래액 7조원이 넘는 국내 6∼7위권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한 티메프는 수년간의 자본잠식 상태에서 현금이 바닥나면서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티메프가 정산하지 못한 입점사 판매대금은 1조2천790억원에 달했고 5만개 가까운 입점 판매사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그로부터 8개월 뒤에는 연 매출 7조원의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연합뉴스TV 제공]
홈플러스 사태 역시 유동성 악화가 화근이었다.
과도한 차입금으로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와중에 판매 부진이 겹치며 납품 대금마저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정산 지연 사태 역시 앞선 두 사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2015년 설립 이후 단 한 해도 영업이익 흑자를 내지 못한 발란은 2023년 말 기준 결손금이 매출(392억원)의 두 배인 785억원에 이를 정도로 기초 체력이 부족했다.
2023년부터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 유통업이 대형할인점 등의 탄생으로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선 1990년대 이후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주요 기업이 잇따라 무너진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업계는 그 배경으로 소매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우후죽순 다수 업체가 난립하면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꼽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시장 규모(경상금액 기준)는 2014년 382조3천억원에서 2023년 510조7천억원으로 33.6% 증가했다.
코로나19의 기저효과로 2021년 일시적으로 급반등한 수치를 제외하면 대체로 2∼4% 안팎의 성장률을 보였다.

[홈플러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지난해는 514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증가에 그치며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2014∼2023년 10년 새 시장점유율이 8.7%에서 7.2%로 쪼그라들며 입지가 더 좁아졌다.
소매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매출 또는 거래액을 일으켜야 하는 업체들로선 할인쿠폰과 같은 마케팅비를 쏟아부어 출혈 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는 부실로 이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30일 "거래액이 많고 이름값은 있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수익이 제대로 안 나고 고정비만 계속 나가는 구조"라며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구조여서 작은 리스크(위험)에도 버티기 힘들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티메프 사태를 기점으로 본격화한 유통업의 구조조정 시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는 소매시장 성장률이 0.4%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이래 가장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유통업계도 가혹한 생존 경쟁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발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최대 변수는 유통업의 하부 구조를 지탱하는 판매자들의 움직임이다.
오랜 업력의 이커머스 플랫폼과 국내 굴지의 대형마트까지 속절 없이 무너지는 것을 본 판매자들이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으로 재무 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대기업 계열이나 대형 플랫폼 쏠림 현상이 심화하며 상대적으로 거래 안전성이 떨어지는 곳은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발간한 올해 업종별 전망 보고서에서 유통산업 전망(Industry Outlook)을 '비우호적'으로, 관련 기업의 신용 전망(Credit Outlook)을 '부정적'으로 각각 내다봤다.
설상가상으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과 같은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품이 막강한 자금력과 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무섭게 침투해 들어오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매출 불리기와 몸집 키우기에 급급하던 유통사들이 수익성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될 놈만 되는' 상황이 됐다"며 "몇년 안에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진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
luch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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