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거래소 가능한가...간밤 코인 시장 뒤흔든 ‘젤리젤리’사건 [매일코인]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입력 : 2025.03.27 13:20:41


간밤 최대규모 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거래소 ‘하이퍼리퀴드’가 시장 공격을 당해 휘청거린 사건이 발생했다.

공격자는 거래소 청산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대규모 수익을 꾀했다. 하이퍼리퀴드는 하루 거래대금이 업비트의 2배 가까이 되는 거대한 탈중앙화 거래소(DEX)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전히 탈중앙화금융(DeFi)에는 허점이 많다는 평가 나온다.

젤리젤리 거래창<아캄인텔리전스>


27일 아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한 트레이더는 하이퍼리퀴드에 상장된 시가총액 1930만달러 규모의 소형 밈코인 ‘젤리젤리(JELLYJELLY)’에 200만 달러를 입금해 롱포지션을 2개 구축하고, 동시에 400만달러를 입금해 숏포지션을 구축했다.

하이퍼리퀴드는 온체인 선물 거래소다. 거래소 자체 토큰인 HYPE를 사용자들에게 대거 분배하며 사용자를 끌어모아 크게 성장했다.

하이퍼리퀴드는 온체인으로 업비트나 바이낸스 같은 오더북을 구현했다. 주식 거래창처럼 가격대별로 주문이 채워져있는 식이다.

여기에 하이퍼리퀴드 메인넷이 초당 평균 10~20만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고성능으로 설계된 것도 컸다.



하이퍼리퀴드에는 HLP볼트라는 독특한 시스템도 존재한다. 거래를 도와주는 마켓메이커(MM) 역할을 사용자들도 할 수 있게 했다.

하이퍼리퀴드에 스테이블코인 USDC를 예치하면 MM 역할을 위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는 투자자의 선물포지션이 청산되면 이를 볼트가 인수하게 된다.

예컨대 100달러 담보금으로 10배 레버리지를 활용해 1000달러의 포지션을 구축한다면, 1000달러에서 10%만 하락해도 이미 100달러 손실이기 때문에 투자자는 자신이 원래 가진 100달러로 상환을 즉시 다 해야한다.

이때 누군가 이더리움을 10억원어치 담보금으로 100배 레버리지를 쓴다고 가정하면, 이 포지션이 청산될 때, 한번에 이 자금을 다 받아주기 어렵다. 즉 이더리움의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을 부를 수 있다.

HLP볼트는 청산된 포지션을 시장이 충분히 받기 힘들때 대신 받아주고 시간차로 천천히 청산시켜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캄인텔리전스


다만 간밤에는 이 볼트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동했다.

공격자가 400만달러를 입금해 구축한 4억달러 규모의 숏포지션은 ‘젤리젤리’코인의 유동성에 비해 매우 컸다. 따라서 HLP볼트가 포지션을 인수했다.

이 상황에서 공격자가 구축한 400만달러의 숏포지션 소식이 의도적으로 커뮤니티에 퍼졌다. 커뮤니티는 소위 ‘고래잡이’를 위해 젤리젤리를 매수해 가격을 끌어올렸다.

해당 포지션을 떠안은 HLP볼트의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사실 공격자는 200만달러 규모로 2개의 롱포지션도 갖고있었다. 숏포지션에 대한 공격을 유도하고 사실 이익을 내고 있던 셈이다.

바이낸스


평소 하이퍼리퀴드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던 바이낸스가 젤리젤리를 선물 상장하며 사건은 커졌다.

바이낸스 상장 호재로 젤리젤리의 가격 상승에 더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상장 시점과 거의 동시에 하이퍼리퀴드는 결국 ‘탈중앙화 거래소’라는 기본을 포기하고 해당 거래를 상승전 가격 기준으로 강제로 중단시켰다.

또한 젤리젤리의 무기한 선물을 상장폐지했다.

아서 헤이즈 비트맥스 창업자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먼저 하이퍼리퀴드가 최종적으로 행한 조치가 탈중앙화적이지 않다는 비판이다. 아서 헤이즈 비트맥스 창업자는 “하이퍼리퀴드가 탈중앙화됐다는 믿음을 버리자”고 말했다.

하이퍼리퀴드가 과거 북한 해커가 거래하던 때는 수수료 수익은 거두면서도 그들의 활동을 막는 건 ‘탈중앙화 거래소’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얘기했던 것에 대해 수익 거둘 땐 탈중앙화고, 위험이 생길땐 중앙화됐냐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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