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훈교수도 임명 반년만 옮기다니…교원 이탈에 신음하는 과기원
지난해 임명 GIST 특훈교수, 올해 KAIST 이직KAIST도 수도권 이탈 심각…4대 과기원 혁신방안 마련 차일피일
조승한
입력 : 2025.03.23 07:05:00
입력 : 2025.03.23 07:05:00

[지스트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지난해 야심 차게 도입해 처음 임명한 특훈교수가 반년 만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 이직하는 등 지역 과학기술원의 교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KAIST도 수도권에 교원을 계속해 뺏기며 '교원 양성 요람'으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1년 넘게 과기원 혁신방안 등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과기원 경쟁력 약화에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해 첫 GIST 특훈교수로 임명됐던 A 교수가 지난해 말 KAIST에 임용돼 현재 최종 이직 절차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GIST 특훈교수는 임기철 총장이 취임 후 새로 만든 제도로 임용되면 2년간 연간 4천만원을 지원하고, 2회 임용되면 은퇴 후 초빙석학 임명 예우를 부여하는 등 이른바 '스타 연구자'를 만들기 위해 도입했다.
특히 A교수는 신진특훈교수를 지원했음에도 교수 간 잡음이 큰 상황에서 GIST가 전략적으로 특훈교수로 임명하면서 큰 기대를 받아 왔는데, 이번 이직으로 학내에서도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임 총장은 지난해 말 4대 과기원 총장이 모인 자리에서 과기원 간 교원 유출을 자제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은 "지난해 처음 파격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특훈교수제를 도입했는데, 거기다 요즘 주목받는 분야인 인공지능(AI) 분야 교원인데 바로 데려가 버렸다"며 "좋은 대학에 좋은 교수가 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과기원 사이에 상도덕도 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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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등에서 압도적 실적을 보이며 다른 과기원 교원을 흡수하는 KAIST도 수도권 유출 등으로 사정은 좋지 않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해 4대 과기원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9월까지 교원 160명이 4대 과기원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68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26명, GIST 17명으로 나타났다.
KAIST는 이 기간 다른 과기원에서 13명을 충원했지만, 49명이 나가 이탈이 적지 않았다.
전체 이탈 교원 중 32명은 서울대로 이직했고, 51명이 수도권 대학으로 이직해 수도권 이직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기간 16명을 유입해 간 포스텍은 교수 정착지원금을 10억원으로 늘리는 등 공격적 인재 영입에 나섰고, 서울대도 성과연봉제 도입 논의를 진행하는 등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반면 4대 과기원은 2023년 공공기관에서 제외됐음에도 총액 인건비 규제 등을 벗지 못했고, 정부의 관리 방안 마련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출연연은 지난해 공공기관 해제 반년 만에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1년 만에 규정을 마련하며 석학 초빙 인건비 제한 등을 푼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늦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부터 혁신방안 마련 계획을 밝혀 왔지만, 차일피일 미뤄 왔고 올해 하반기에 이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구호에 그치기보다는 진짜 움직일 수 있는 게 뭔지 이야기하고 있다"며 "제도나 교원 평가 등 혁신 경쟁력 관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고, 시기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hj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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