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양회서 '5%성장' 고수하며 달성 자신…'트럼프 리스크'는 부담
'내수 진작' 최우선 순위로…재정적자율 'GDP 4%' 역대 최고200조원 규모 국부펀드 조성 등 과학기술 혁신에도 총력1∼2월 수출, 예상 대폭 하회…'美 관세폭탄' 악영향 가시화 조짐
이봉석
입력 : 2025.03.11 06:00:12
입력 : 2025.03.11 06:00:12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의 배는 반드시 바람을 타고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갈 것이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11일 오후 폐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지난 5일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하면서 한 발언이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과 높은 청년 실업률, 부동산 침체 장기화 등 내부 문제로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폭탄'까지 겹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10+10% 관세 인상'에 맞서 중국은 전날부터 미국산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2차 보복 관세' 부과에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25∼30% 감소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수출이 3분의 1을 책임지는 중국 경제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중국 정부가 올해도 경제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업무보고에 이 같은 내용의 성장 목표를 언급했다.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 목표를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 미만인 약 2%로 세웠다.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이런 대내외적 악조건 속에서도 '바오우'(保五·5%대 경제성장률 유지)를 고수한 것은 사상 처음 1천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대학 졸업생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 대학 졸업생 1천222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약 5% 성장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중국 청년 실업률이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금도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수준에서 새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사회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중국이 3년 연속 같은 성장 목표를 설정한 것은 세계 경제 성장의 3분의 1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경제의 안정성과 장기적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中, 내수 확대 총력전…리창 "소비" 31번 외쳐 중국 정부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한 경제의 돌파구로 제시한 것은 ▲ 주민 소비 진작 ▲ 효과적인 투자 확대 ▲ 현대화된 산업 체계 구축 ▲ 개혁개방 확대 등 크게 4가지다.
이 가운데 내수 확대는 미국과 무역 전쟁의 파고를 넘기 위한 주무기로 급부상했다.
내수 진작이 중국 연간 10대 과제 가운데 1순위로 올라갔고, 리 총리의 업무보고에서 '소비'는 작년 21번에서 대폭 늘어난 31번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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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업무보고에 '사람에 대한 투자'(投資于人)가 처음 언급된 것도 인간을 소비의 주체이자 생산 및 혁신의 주체로 봤기 때문이다.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자금은 작년 1천500억위안(약 30조원)에서 3천억위안(약 60조원)으로 늘어났고 지원 범위도 확대됐다.
중국은 소비 확대를 위한 '소비 진흥 특별행동방안'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왕차이윈 전인대 대표 겸 이리그룹 글로벌혁신센터 과학연구책임자는 신화통신에 "중국에는 14억의 인구가 있어 단 1%의 수요라도 1천400만명의 대규모 시장에 해당한다"며 공급 측면의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새 소비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적극적 재정정책 의지…"기대 밑돌아 추가 대책 가능성" 투자 확대와 관련해 중국은 한층 적극적인 재정정책 실시로 재정 적자율을 확대해 지출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재정 적자율을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확대한 것이다.
적자 규모는 5조6천600억위안(약 1천130조원)으로 한 해 만에 1조6천억위안(약 320조원) 늘어난다.
이와 별도로 작년보다 3천억위안 늘어난 1조3천억위안(약 260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하는 한편 5천억위안(약 100조원) 규모의 별도 특별국채 발행을 통해 국영은행의 자본을 강화, 경제 활동 촉진을 위한 더 많은 대출을 제공한다.
또 지방 미분양 토지 매입 등을 위한 지방정부 특수목적 채권 발행 규모는 작년 3조9천억위안(약 781조원)에서 올해 4조4천억위안(약 881조원)으로 늘어난다.
중국의 올해 신규 정부 부채 규모는 작년보다 2조9천억위안(약 580조원) 늘어난 11조8천600억위안(약 2천375조원)에 달하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재정 부양책 규모가 시장 기대치를 다소 밑돈다면서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대화된 산업 체계 구축의 수단은 과학기술 혁신이다.
업무보고에도 과학기술과 산업 혁신을 통한 신품질 생산력 가속화가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올해 연구개발 지출예산을 작년 대비 10% 증가한 3천981억위안(약 80조 원)으로 편성했다.
지방정부와 별도 예산을 포함하면 총연구개발 투자는 8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AI와 양자 컴퓨터 등 첨단기술 투자를 위해 약 1조위안(약 200조원) 규모 국부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이 새로운 기금을 '창업 영역의 항공모함급 펀드'라고 지칭했다.
중국은 작년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처음 소개된 국가 차원 인공지능(AI) 종합 지원 강화책인 'AI+ 행동'을 지속해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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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물리적 실체를 갖고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AI)과 6G, 휴머노이드 로봇, AI 스마트폰 및 AI PC 등 단어는 올해 업무보고에 처음 등장했다.
양회 기간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산 생성형 AI 딥시크의 전 세계적 돌풍과 슈퍼컴퓨터보다 1천조배 더 빠른 양자컴퓨터 개발 성공, 세계를 선도하는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등 중국의 '과학 굴기(堀起·우뚝 일어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자신감 고취에 나서기도 했다.
개혁개방과 관련해서는 민영기업에 대한 지원과 외국인 투자 문호가 확대된다.
지난달 시 주석이 6년여 만에 민영기업 좌담회에 참석한 가운데 민영경제촉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작년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위드 코로나' 원년인 2023년에 비해 27%나 줄어든 상황에서 통신과 의료, 교육 등 분야에서 해외 투자의 접근성도 우선해 넓힌다는 복안이다.
◇ 출발부터 삐걱…"현실 목표라기보다는 기대" 평가도 양회에 앞서 열린 민영기업 좌담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장기적으로 동풍(東風)이 우세할 것"이라며 미국 중심 자본주의 세력(서풍)에 대한 사회주의 세력(동풍)의 승리를 자신했지만, 출발부터 조짐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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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1∼2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 증가했는데, 이는 작년 12월 10.7% 증가에서 급감한 것이다.
5%대의 예상치보다 한참 낮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중국 수출의 피해가 다음 달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박에 직면해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중국 당국의 잇따른 내수 진작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7% 떨어져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성균중국연구소는 '2025 양회 분석 특별리포트'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 목표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기본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2035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외부에서는 현실의 목표라기보다는 기대라는 평가가 있다"고 짚었다.
anfour@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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