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빠른 식품기업 가격 인상에…지원책 발표한 정부도 ‘무안’

이지안 기자(cup@mk.co.kr)

입력 : 2025.03.09 22:50:30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인터뷰
식품기업들의 잇단 가격 인상에 “매우 유감”
할당관세, 세제지원 등 경영난 해소 위한 정부 지원 있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묻지 않을 수 없어
박 차관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설득 과정 있었어야”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심,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 기업이 잇달아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물가 불안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자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에 총력전을 펴는 가운데 식품업계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데 대한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박 차관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정부는 할당관세 적용, 구입비용 지원,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코코아 가공품 등 6개 품목을 추가로 할당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해 총 20종의 식품 원료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가격 인상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소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지원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인상이라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2.9% 오르며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도 3.0% 올랐다. 연초부터 스타벅스와 할리스를 시작으로 SPC 파리바게뜨, 롯데웰푸드, 빙그레 등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박 차관은 “기업들이 소비자 설득 없이 가격을 올리면 위축된 소비심리가 더욱 악화할 수 있고, 이는 다시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정국 불안으로 정부의 물가 관리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차관은 “그런 이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재작년부터 식품업계와 가격 인상 자제를 논의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누적된 경영 부담이 최근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할당관세 적용이 실제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박 차관은 “정부 지원이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의 이익으로만 귀결된다는 비판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부터 수입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농식품부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한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국 5위로, 한국에만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정부 측 판단이다. 박 차관은 “중국산 농산물에만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해 일부 물량이 한국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며 “이러한 영향까지 고려해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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