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 대출금리 직접 점검…"변동내역·근거 제출요구"

은행들 작년 하반기 가산금리 올리고 우대금리 덜 깎아 '이자장사'
이율

입력 : 2025.02.23 06:07:01 I 수정 : 2025.02.23 10:29:56


은행 대출금리 상승(일러스트)
제작 김민준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사용

(서울=연합뉴스) 이율 임수정 채새롬 기자 =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중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금리 산출 근거를 직접 점검하고 나섰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은 물론, 영업점 전결인 우대금리를 훨씬 덜 깎아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특히 은행들의 우대금리 적용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1일 은행 20곳에 공문을 보내 차주별·상품별로 준거·가산금리 변동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은행별 대출금리 변동내역 등에 관한 세부 데이터를 취합해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에 미치는 효과의 합리성 등을 점검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충분히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기준금리에서 준거금리, 은행별 대출금리 전달경로와 가산금리 변동내역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가계·기업이 종전 2차례 금리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한국은행은 지난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하해 기준금리가 연 3.5%에서 3.0%로 0.5%p 낮아졌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에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은행 본점이나 영업점장 전결로 조정하는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서 구한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대출 가산금리를 계속 올렸다.

이에 더해 평소에 우대금리를 적용해 깎아주던 금리를 훨씬 덜 깎아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이자장사'를 했다.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에 월급계좌가 있거나, 해당 은행 신용카드를 매월 일정액 이상 쓰면 일정부분 깎아주는 금리를 말한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우대금리 적용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린 정도보다 2.8∼6.1배 우대금리 적용을 덜해 대출금리 인상효과를 노린 정황이 확인되기 때문이다.[표]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상세 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구분9월12월
평균금리(%)평균금리(%)평균금리차(%p)
KB국민은행대출금리4.394.490.1
기준금리3.263.04-0.22
가산금리3.583.770.19
가감조정금리2.452.32-0.13
NH농협은행대출금리4.474.660.19
기준금리3.303.14-0.16
가산금리3.053.160.11
가감조정금리1.881.64-0.24
우리은행대출금리4.045.171.13
기준금리3.253.08-0.17
가산금리3.022.91-0.11
가감조정금리2.230.82-1.41
신한은행대출금리4.204.900.7
기준금리3.263.12-0.14
가산금리2.472.660.19
가감조정금리1.530.88-0.65
하나은행대출금리4.384.570.19
기준금리3.253.09-0.16
가산금리3.323.390.07
가감조정금리2.191.91-0.28
[자료: 은행연합회]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 대출금리를 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작년 12월 평균 가계 대출금리는 금리인하 전인 9월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우리은행이 1.13%p(4.04%→5.17%) 올라 오름폭이 두드러졌고, 신한은행이 0.7%p(4.2%→4.9%), NH농협은행(4.47%→4.66%)·하나은행이 0.19%p(4.38%→4.57%), KB국민은행이 0.1%p(4.39%→4.49%) 각각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지표금리는 0.14∼0.22%p 하락했지만, 가산금리를 0.07∼0.19%p 올리고, 우대금리를 0.13∼1.41%p 덜 깎아준 데 따른 현상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가산금리를 0.11%p 내렸지만, 우대금리를 1.41%p 덜 적용해 대출금리를 높였다.

신한은행은 가산금리를 0.19%p 높인 데 더해 우대금리를 0.65%p 덜 적용해 대출금리를 올렸다.

[표]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상세 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구분6월12월
평균금리평균금리평균금리차
KB국민은행대출금리3.954.490.54
기준금리3.573.04-0.53
가산금리3.493.770.28
가감조정금리3.112.32-0.79
NH농협은행대출금리4.094.660.57
기준금리3.573.14-0.43
가산금리3.023.160.14
가감조정금리2.501.64-0.86
우리은행대출금리4.175.171
기준금리3.553.08-0.47
가산금리3.042.91-0.13
가감조정금리2.420.82-1.6
신한은행대출금리4.114.900.79
기준금리3.523.12-0.4
가산금리2.372.660.29
가감조정금리1.780.88-0.9
하나은행대출금리4.194.570.38
기준금리3.483.09-0.39
가산금리3.553.39-0.16
가감조정금리2.841.91-0.93
[자료: 은행연합회] 하반기 전체로 시계를 넓히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반기 5대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금리는 0.38∼1.0%p 상승했다.

지표금리는 0.39∼0.53%p 하락했지만, 가산금리를 0.14∼0.29%p 올린 데 더해 우대금리를 0.79∼1.6%p 덜 깎아준 데 따른 것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가산금리를 0.13%p, 0.16%p 내렸지만, 우대금리를 1.6%p, 0.93%p 덜 깎아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였다.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우대금리도 덜 깎아준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가산금리 인상폭보다 우대금리를 덜 깎아준 정도가 각각 2.8배, 6.1배, 3.1배 컸다.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5대은행의 이자장사를 통한 마진인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작년 12월 기준 0.98∼1.33%p로 확대됐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 현장점검이 필요한지 판단할 것"이라며 "앞으로 훨씬 더 세밀하게 은행 대출금리 전달경로를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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