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고금리의 그림자…5대은행, 작년 부실채권 7.1조원 털어

상·매각 2년 만에 3배로…내수 회복 늦어지는데 대출 상환 부담 여전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오른 연체율…은행권, 건전성 관리 고삐
민선희

입력 : 2025.02.02 06:01:00


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은행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5대 은행이 지난해만 7조1천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을 통해 털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가운데 금리가 빨리 떨어지지 않으면서 은행권 부실 규모는 올해에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5대 은행, 작년 부실채권 7.1조원 상·매각…1년 새 30%↑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해 7조1천19억원어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다.

지난해 상·매각 규모는 2023년(5조4천544억원)보다 30.2% 많고, 2022년(2조3천13억원)의 3배 수준이었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식으로 처리한다.

은행들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많아지자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정리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은 2022년까지는 분기 말에만 상·매각을 했으나 대출 연체가 늘자 2023년부터는 분기 중에도 상·매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로 가려져 있던 부실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장기화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동시에 기업 차주들의 경영 여건과 상환 부담이 함께 악화하면서 연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 부실 채권 상·매각 실적 추이(단위 : 억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취합.
매각상각 합계
2022년8,01714,99623,013
2023년32,51622,02854,544
2024년46,84324,17671,019
◇ 은행권 연체율 약 5년 전 수준…"당분간 더 오른다" 은행들이 지표 관리를 위해 대규모 상·매각을 하면서,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한 달 전보다 다소 낮아졌다.

5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0.35%로, 전월의 0.42%보다 0.07%포인트(p) 내렸다.

NPL 비율 평균도 한 달 새 0.38%에서 0.31%로 0.07%p 하락했다.

다만 전년 동월과 비교해보면 연체율(0.29%→0.35%)과 NPL 비율(0.26%→0.31%) 평균 모두 상승세다.

새로운 부실 채권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은 11월 0.10%에서 12월 0.09%로 0.01%p 떨어지는 데 그쳤다.

전반적으로 은행권 연체율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떨어졌다가, 다시 약 5년 전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21%로 내려갔다가 점차 상승해 지난해 11월 말 0.5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0.48%)과 비슷한 수준이다.

은행권은 당분간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건전성 관리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 인하를 멈추면서 한국은행도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진 탓에 고금리 장기화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장기간 고금리로 힘들었던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가 느끼는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은 아직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환율 상승, 글로벌 경기 불안, 내수 회복 지연 등 부정적 요소가 있어 연체율은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연체 장기화는 곧 부도와 한계 차주 증가로 이어진다"며 "연체 채권 관리 강화 등을 통해 건전성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5대 은행 연체율, 신규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추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취합.

5대 은행 단순 평균.
2023년 12월2024년 11월2024년 12월
연체율가계0.26%0.32%0.28%
기업대기업0.01%0.01%0.01%
중소기업0.37%0.63%0.50%
전체0.31%0.51%0.41%
원화대출금 전체0.29%0.42%0.35%
신규연체율가계0.07%0.09%0.07%
기업대기업0.00%0.00%0.00%
중소기업0.12%0.16%0.13%
전체0.10%0.13%0.10%
원화대출금 전체0.09%0.10%0.09%
고정이하여신비율가계0.17%0.24%0.21%
기업대기업0.33%0.23%0.25%
중소기업0.34%0.59%0.45%
전체0.32%0.50%0.40%
원화대출금 전체0.26%0.38%0.31%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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