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무너지자 K반도체株 와르르 …'20만닉스' 깨졌다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입력 : 2025.01.31 17:51:18 I 수정 : 2025.01.31 20:02:08
K증시 '딥시크 쇼크'
AI설비에 돈 쏟아붓던 빅테크
투자 언급 줄어 '미묘한 변화'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공지능(AI) 투자 피크아웃 우려가 '딥시크 쇼크'로 다시 부각되며 국내외 AI·반도체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동안 AI 반도체주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시설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빅테크들 의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딥시크 등장에 때맞춰 미국 주요 빅테크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 관련 설비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설 연휴 직후 열린 31일 증시에서 국내 반도체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동안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해 주가 상승을 이어왔던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를 1조7770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31일엔 3918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20만원 선이 무너졌다. 이날 기록한 하락폭 9.86%는 작년 8월 블랙먼데이 때와 비슷한 낙폭이다. 지난해 9월 모건스탠리가 '반도체의 겨울'을 예고하며 SK하이닉스 목표가를 반 토막 냈을 때도 주가는 6%대 하락에 그쳤다.

또한 이날 후공정주인 한미반도체는 6.14%, 피에스케이는 7.51% 하락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인 이수페타시스, ISC는 각각 5.38%, 8.09% 떨어졌다. AI 밸류체인에 속하지 않는 삼성전자가 2.42% 하락한 것에 비하면 하락폭이 매우 컸다.

딥시크 출현으로 더 많은 투자, 더 비싼 고성능 반도체가 AI 경쟁에서 불가피하다는 믿음이 깨지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제대로 된 회복을 못 보여준 것이 결정타였다. 이미 일본 반도체 장비주 어드반테스트 역시 딥시크 쇼크 전보다 주가가 12%가량 빠진 상태다.

게다가 미국 빅테크들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AI 투자가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발언이 없었다는 점도 반도체주엔 악재였다. 중장기 인프라 투자 전략과 관련해 미묘한 변화가 포착됐다.

에이미 후드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프라 구축 시 한번에 너무 많은 자원을 구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메타 역시 "현재로서는 인프라 구축 능력이 중요한 경쟁 우위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하며 '현재로서는'이란 단서를 달아 중장기적으론 시설 투자 계획이 바뀔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테슬라도 시설 투자가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작년만 해도 AI 투자는 과다 투자보다 과소 투자 위험이 훨씬 크다며 경쟁적으로 AI 투자 의사를 피력하던 빅테크들이 달라진 것이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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