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급거 미국행·보복관세 만지작…트럼프 위협에 각국 부심

캐나다 총리, 관세압박 나흘 만에 플로리다로 날아가 트럼프 설득유럽도 긴장…무역전쟁 우려 속 "미국산 사고 협상을" 현실론도 '최대 피해 예상' 중국 "무역전쟁에 승자 없다" 견제·예의주시
임지우

입력 : 2024.11.30 14:16:08


2019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 트럼프 당선인과 트뤼도 총리(오른쪽)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압박으로 '트럼프발(發)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자 각국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의 가까운 동맹이면서도 첫 타깃이 된 캐나다는 총리가 급히 트럼프 당선인을 찾아가 설득에 나섰다.

멕시코도 중국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며 트럼프 당선인 달래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며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동맹의 반발에 신경쓰지 않고 무역갈등을 마다하지 않던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 당시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 직후 "무역 전쟁의 승자는 없다"며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중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 등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보복 관세 카드도 준비하는 분위기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구에 쌓인 수출입품 컨테이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금요일인 이날 오후 늦게 미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찾아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25일 당일에 전화통화를 하기는 했지만 나흘 뒤인 이날 직접 플로리다로 날아가 대면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날 방문은 사전에 공개된 총리의 일정에는 없었던 것으로, 급하게 조율된 깜짝 방문일 가능성이 크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관세 철회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캐나다의 동맹관계를 부각하고 캐나다와 멕시코의 차이를 내세우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 등으로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고 있는 트뤼도 총리로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정치적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미국 찾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팜비치 AF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플로리다주에 도착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팜비치 트럼프 자택으로 향하기 위해 호텔에서 나서고 있다.2024.11.30

캐나다와 더불어 국경 문제를 이유로 25%의 '폭탄 관세' 대상으로 지목된 멕시코 역시 우선 트럼프 당선인과 최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발표 이틀 뒤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에서 그가 문제 삼아온 멕시코 국경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 차단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트럼프 당선인 달래기에 나선 셈인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후 셰인바움 대통령이 실질적 국경 폐쇄에 동의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압박 강도를 한층 높이기도 했다.

멕시코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압박 이후에 중국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가 멕시코에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셰인바움 대통령은 28일 "중국 자동차 회사로부터 멕시코에 공장을 설치하겠다는 확실한 프로젝트 제안을 확인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멕시코 국경 인근 걸어가는 시민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압박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8일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서 보복할 것이 아니라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방위 장비와 같은 특정 품목을 구매하는 것을 제안하는 우호 전략으로 대응할 것을 제시했다.

미국우선주의 기치 아래 동맹도 거래대상으로 보며 일방적 협상 행태를 보여온 트럼프 집권 1기의 경험이 반영된 현실론인 셈이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도 26일 "성장은 약해지고,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고, 금융 안정성이 영향을 받는 등 모두가 패배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유럽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멕시코와 캐나다 당국은 트럼프 당선인 설득에 주력하면서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보복 관세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6일 트럼프 당선인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관세가 하나 부과되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다른 관세 조처가 올 것이며, 이게 계속되면 우리는 기업들을 위험에 빠트리게 될 것"이라며 맞불 대응 가능성을 비쳤다.

캐나다도 보복 관세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보복 관세를 매길 미국산 제품 목록도 이미 작성하고 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캐나다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은 "무역 전쟁에 승자는 없다"고 반발하면서도 일단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양새다.

허양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28일 브리핑에서 "관세 부과 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

무역 파트너에게 독단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는 미국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꾸준히 견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직후에도 류펑위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 "중국은 중미 경제 및 무역 협력이 본질적으로 상호 이익이 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중국에 펜타닐 등 마약 유입 문제 대응을 이유로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당선인의 방침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를 유지해왔다.



샌프란시스코 항구 오가는 컨테이너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wisefool@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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